"고유가·고환율 허들 넘는다"…신발 끈 고쳐매는 대한항공

"고유가·고환율 허들 넘는다"…신발 끈 고쳐매는 대한항공

유선일 기자
2026.06.01 14:31
대한항공은 다양한 부문 간 협업으로 항공기 연비를 최적화하고 있다./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은 다양한 부문 간 협업으로 항공기 연비를 최적화하고 있다./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25,900원 ▼900 -3.36%)의 위기 대응 역량이 주목받고 있다. 중동전쟁 여파를 고려해 지난 4월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고유가·고환율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최상의 안전 운항과 고객 만족이라는 기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다각적인 비용 효율화, 수익성 제고로 경영 체질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1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와 글로벌 에너지 정보분석기업 S&P 글로벌 플래츠에 따르면 지난 2월 배럴당 평균 90달러 수준이었던 항공유 가격은 3월 중순 190달러, 지난달 200달러대로 높아졌다. 아울러 원/달러 환율은 1500원 전후 수준을 오가며 고공행진 중이다.

항공사들은 항공유를 미국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고유가·고환율에 따른 타격이 크다. 아울러 향후 중동전쟁이 끝나더라도 원유 수급 안정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은 이런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경영 태세로 전환하고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연료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안전 운항과 함께하는 고효율 연료 관리' 방향 하에 다양한 연료 관리 과제를 이행 중이다. 우선 자동차 경제 운항 속도와 같은 최적의 운항 속도를 비행 계획에 적용하고, 관제기관과 협조해 최단 비행 경로를 확보하고 있다. 항공기 중량을 관리해 탑재 연료량과 항공기 연비를 최적화하는 과제도 여러 건 이행 중이다. 주기적으로 엔진을 세척하고 부품을 정밀 조정해 엔진 성능을 최적화하고 있다.

연료 효율이 높은 신기재를 적극적으로 노선에 투입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17년 이후 도입한 신형 항공기 운항 비중을 지난해 전체 운항 편수의 41.6%로 확대했다. 지난 3월 보잉 787-10 1대, 에어버스 A321네오(neo) 1대를 도입하기도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우리가 수행하는 모든 연료 효율 제고 방안은 절대 안전 운항과 고객 서비스 향상을 전제로 한다"며 "지난해 항공기 총 운항 편수가 전년 대비 약 2.6% 늘었음에도 운항 중 소모 연료량은 총 13만3351톤 줄었고 비상경영체제에서는 이보다 더 엄격하게 연료 관리를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항공기가 공항에서 급유하는 모습/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 항공기가 공항에서 급유하는 모습/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은 기업 펀더멘털 방어에도 힘쓰고 있다. 유가·환율 변동과 외부 환경 변화에 대비한 '유류 헤지(Fuel Hedging)'가 대표적이다. 회사는 향후 사용할 연료의 일정 물량에 대해 유가 노출 범위를 제한하는 옵션 계약인 '제로 코스트 칼라(Zero-Cost Collar·ZCC)'를 활용 중이다. 이는 콜옵션을 매수하고 풋옵션을 매도해 두 옵션의 행사 가격 이내로 유가를 고정하는 상품이다. 아울러 글로벌 경제 전망과 자체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적정 수준의 헤지 비중을 설정해 갑작스러운 비용 변화를 방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속적인 달러 분할 매수로 환율 변동 충격을 완화해왔다. 고환율 국면이 이어지는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전체 보유 현금의 절반 가량은 달러로 유지한다. 이를 기반으로 유류비 등 달러 지출 확대와 유동성 위기에 선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각종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간 것으로 평가받는다. 1970년대 후반 제2차 오일쇼크 때는 불황에 호황을 대비하는 전술로 대규모 보잉 747 점보기를 도입하고 뉴욕 취항을 감행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에는 대부분 자체 소유 항공기라는 강점을 이용했다. 항공기 매각 후 재임차 등 다양한 전략으로 유동성 위기를 극복했다. 코로나19(COVID-19)가 유행했을 때는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역발상 전략으로 수익을 창출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고유가·고환율 영향 본격화에 대비해 고객에게 안정적으로 항공 운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강구하고 있다"며 "단순한 긴축 경영을 넘어선 이 같은 노력은 향후 안정적인 미래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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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일 기자

산업1부에서 자동차, 항공, 물류 등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 대학원에서 국가정책학을 공부했습니다. 2022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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