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이국적인 민영화를 경계하며

[MT시평]이국적인 민영화를 경계하며

최희갑 기자
2012.02.01 16:15

대학에 있는 한 가지 기쁨이 있다면 젊음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선진 구미제국부터 오지의 후발국까지 오로지 한국을 알기위해 수고를 마다 않고 찾아온 이국의 젊음들과 나누는 시간은 말 그대로 이국적이다. 당연히 여겼던 일상의 것들의 소중함을 뼈 속까지 깨우쳐주기 때문이다. 한국에 온 외국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위대함을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이 대중교통이다. 특히 후발국에서 와 넉넉하지 못한 젊음들에게 자신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는 우리의 버스와 철도는 경탄의 대상이다. 그런데 이런 철도를 매각한다고 한다. 정확히는 고속철도 운영의 민영화다. 인천공항 민영화를 두고 벌어진 법석이 엊그제인데…. 산업경쟁력의 원천인 국가기간 서비스에 대한 민영화 시도가 앞으로도 반복될 것 같은 두려움이 앞서 몇 가지 좀 따져보아야겠다.

우선 물가, 부채, 실업, 퇴직에 시달리고 있는 시민들의 눈으로는 참으로 뜬금없는 이야기이다. 피곤함과 짜증이 한꺼번에 몰려든다. 국가기간시설의 민간운영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너무 한가해 보인다. 전세난은 여전하고, 젊은 세대는 자기 집 장만을 포기한 지 오래다. 철도 운영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한다면 정부 스스로 효율화시키면 되는 것 아닌가? 왜 시민에게 또 다른 문제를 안기려 하는가? 한국이 세계에 자랑할 것이 또 하나 있다면 그래도 건강한 공공부문이다. 인천공항은 한국에서는 기적이 아니다. "113년간의 코레일 철도독점, 이제는 국민의 힘으로 끝내야 합니다." 지난 11일 국토부가 발표한 해명자료의 제목이다. 113년간 공공부문에 열정을 바쳐온 앞선 세대들에 대한 부끄러움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어떤 산업의 독점여부는 산업의 범위를 어떻게 선택하는가가 문제가 된다. 철도만 놓고 보면 독점이지만, 자동차와 항공을 고려하면 독점이 아니다. 현재의 KTX 흑자는 자동차와 항공운송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만들어진 결과이다. 백번 양보하여 철도가 독점이라고 하자. 민영화를 하면 철도산업이 경쟁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복점으로 바뀔 뿐이다. 복점업체라면 불필요한 경쟁보다는 담합을 하는 것이 남는 장사다.

민간 기업은 운영을 어찌할까? 민영화 계획을 세운 KTX노선은 흑자가 불문가지여서 시설사용료를 부과해 흑자의 일부를 회수할 것이라 한다. 민간기업은 이 흑자의 일부에 고용 최소화와 서비스 차등화에 의한 가격차별화를 통해 흑자를 더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경영전략은 코레일에 전파될 것이다. 두 전략 모두 적절해보이지 않는다. 우선 고용 최소화는 시대의 화두인 고용창출에 거슬린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것이 미담으로 통하는 세계에서 고용조정의 과실은 결국 상위 경영층과 주주에게 집중될 것이고 코레일 역시 이를 배울 것이다. 서비스 차등화에 의한 가격차별화는 고급 철도서비스의 출현을 낳겠지만 덕분에 철도요금은 손쉽게 인상될 것이다. 그리고 이 역시 코레일에 전파될 것이다. 복점 하에서 쉽게 생겨나는 담합은 결국 요금 인상으로 귀결되며, 그로 인한 수익 역시 상위 경영층과 주주에게 안겨질 것이다.

한국 기업에서 상위 경영자의 역할은 스티브 잡스가 했던 역할과는 사뭇 다르다. 한국에서의 혁신은 조직원 전체가 한 몸이 되어 이루어진다. 그렇게 해서 포항제철의 신화는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 스스로를 비웃듯 외환위기는 한국 조직과 어울리지 않는 보상구조를 만들어냈고 더불어 혁신은 사그라지고 있다. 민영화가 낳을 서비스 혁신 역시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철도운송은 다른 서비스산업처럼 고용창출과 혁신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아주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이국적인 민영화가 우리가 걸어왔던 길은 아니다. 공공부문 내부로부터의 혁신이 그 답이다. 포항제철, 인천공항에 이은 또 다른 기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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