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5년만의 결론 앞둔 '가습기 사건'…처벌보다 중요한건

[기자수첩]5년만의 결론 앞둔 '가습기 사건'…처벌보다 중요한건

이경은 기자
2016.12.01 04:55

"제가 매일 가습기 물 갈고 살균제 타서 틀었거든요. 내 아기를 내 손으로 죽인…. 제 손을 자르고 싶었죠, 정말"

2016년 11월29일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생후 21개월 된 딸아이를 잃은 아버지 최승운씨의 말이다. 가습기 사건의 선고 전 마지막 재판이었던 이날 최씨의 부탁으로 5분 남짓 한 영상이 재생됐다.

영상 속 아이는 엄마아빠 앞에서 해맑게 웃고 있었다. 세상과 마주한 지 두 해도 지나지 않아 모든 게 신기할 나이였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하고서 고사리 같은 두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아장아장 걸었다.

'아이에게 안심'이라는 말에 살균제를 사 가습기를 사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4개월 뒤 딸아이는 숨을 쉬기 힘들어 생살에 인공관을 꽂고 끔찍한 고통을 겪다가 부모 품을 떠났다.

방청석 곳곳은 흐느꼈다. 누구 하나 흐르는 눈물을 멈추기 힘들었다. 재판부조차 상기된 얼굴을 감출 수 없었고 모두가 숙연해졌다. 검찰은 이날 신현우 옥시 전 대표(68)에게 징역 20년을, 존 리 대표(48)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이들은 자신에게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고 했지만 피해자들은 "평생 당신 자식들 보며 기억하라"고 부르짖었다.

내년 1월6일 선고를 앞두고 무엇보다 주목받는 것은 이들에 대한 형벌일 것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 사건은 법원의 심판과 처벌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건 발생 직후부터 피해자들은 국가와 업체에 진상규명·피해보상을 촉구했지만 검찰 수사는 지난해에야 본격화됐다. 무려 5년의 시간이 걸렸다. 사정당국과 대중들이 당초 관심을 더 갖고 외면하지 않았다면 그 시간은 줄었을지 모른다.

환경보건 소송은 그 피해 입증이 어렵고 관련 법 제도가 미비해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기 힘들다. 그만큼 보건당국 등 행정·입법·사법부가 신속히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 기업의 윤리의식은 선행조건이다. 우리 모두가 '잊지 않고' 움직이는 것이 가해자들에게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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