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쯤 기자는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취재차 찾은 적이 있다. 원·부자재가 가득했어야 할 화물칸이 텅 빈 채 출입국 사무소 앞에 늘어선 수백 대의 트럭과 자동차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평소대로라면 닷새간의 설 연휴를 끝내고 일터를 향하는 활기찬 모습이어야 했다. 그러나 그날 아침 풍경은 그렇지 못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사장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근심이 가득했다.
지난해 우리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로켓(미사일) 발사 도발이 계속되자 2월10일 개성공단 폐쇄를 전격 결정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엑소더스' 유효일은 11일 불과 하루였다.
당시 사장들은 미신고 물품을 반출할 때 무는 벌금(50달러)을 감수하고라도 가능한 많은 짐을 싣고 남측으로 피난길(?)에 올랐다. 정부는 개성공단 철수에 쓸 수 있는 자동차를 회사당 한 대로 제한했다.
1년이 지난 현재까지 개성공단을 향하는 길은 혹한의 날씨마냥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했던 정부는 탄핵정국에 위태롭다. 남북관계 회복은 먼 나라 얘기가 됐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선 대선정국을 타고 '제2의 개성공단' 설립 얘기가 흘러나온다. 정부·여당은 인천 앞바다에, 야권은 파주에 무게를 싣는다. 개성공단의 한계로 지적된 원산지 문제와 국제기준 차이, 불확실성 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복합적으로 제시된다.
반가운 일이다. 제2의 개성공단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높은 임금 문제를 해소하면서 통일 한국의 발판을 만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선행돼야 할 일이 있다. 개성공단의 갑작스런 폐쇄가 어떻게 결정됐느냐다.
기업들이 납득할 만한 폐쇄 조치 이유가 설명돼야 한다는 게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이전엔 폐쇄 예정일을 사전에 알리고 '피난 시간'을 벌어줬지만 1년 전 조치 때는 하루 전 통보해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심지어 개성공단 폐쇄 결정 배경에 비선실세로 불리는 최순실이 있다는 의혹까지 나온다. 진실 여부를 떠나 정부 스스로 개성공단 사업의 불신을 높였기 때문에 제기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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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분위기라면 제2, 제3의 개성공단이 생겨도 기업들이 얼마나 참여할지 의문이다. 정책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힘겹게 일궈온 사업을 담보로 또다시 배팅하기란 쉽지 않다.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진실이 먼저 규명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