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JTBC ‘태블릿PC’ 보도의 진위를 조사할 권한도, 판단을 내릴 능력도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한 위원이 JTBC ‘최순실 태블릿PC’ 보도에 대한 안건을 심의하는 소위원회 회의에서 한 얘기다. 해당 보도를 심의해달라는 보수 시민단체의 요구에 방심위가 끝내 이 사안을 지난 15일 소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에 야당 추천 위원들이 강력히 항의하며 퇴장하는 파행을 겪었다. 결국 해당 심의는 물론 다른 4건의 안건에 대한 심의도 보류됐다.
정치의 계절이 돌아오자 방송판 곳곳이 시끄럽다.
방심위 뿐 아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위원회는 2월 임시국회 들어와서 파행을 계속하고 있다.
5명의 상임위원 중 3명의 임기가 다음달 끝나는 방송통신위원회마저 곧 ‘식물위원회’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방통위 상임위원 후임 인선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혹시나 정권이 교체되면 상임위원 3명(대통령 추천분 포함)을 추천할 수 있는 야당이 섣불리 1명을 추천하지는 않을 거란 이유에서다. 정치 셈법상 여당이든 야당이든 지금 후임 인선을 진행할 리 없다는 얘기다.

방통위는 이달 중 종합편성채널사업자(종편)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재심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잡음이 나온다. 3년 전 진행된 첫번째 재승인 심사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한 교수는 “심사위원회 구성부터 제출된 자료, 운영 방식 등을 보면 실질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성토했다. 그는 당시 심사위원회 15명 가운데 야당 추천은 3명뿐이었다는 주장이다. 이번 역시 비율 차이가 있을 뿐 여당 추천 수가 많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론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송 미디어가 정치적 진영논리에서 벗어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정치 셈법 때문에 현안이 산적한 방송 정책 기관이 마비되고 산업 발전을 위해 마련한 법안, 정책 등 제도 정비도 멈춰지는 상황은 이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특히 정치 상황에 따라 정책 일관성을 기대할 수 없다면 방송이라는 산업적 측면에서 발전도 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