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 매년 12월 말 열리는 중앙경제공작회의는 다음해 경제정책기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회의다. 특히 이번 회의는 지난해 11월 말 미중 정상회담 때 3개월 휴전에 합의한 다음이라 그만큼 시장의 관심도 컸다. 발표내용 중 중요한 정책포인트를 간략히 짚어본다.
첫째, 현재 초미의 관심사는 대미 무역전쟁에 대해 중국 정부가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중국 정부가 시장개방을 확대하고 외국인 투자에 대한 차별조항을 폐지 또는 축소, 기술 강제이전 금지 등을 발표하자 대다수 시장 의견은 중국이 미국에 대해 그런대로 꽤 양보안을 내놨다는 평가였다. 강 대 강으로 밀어붙인 한두 달 전과는 사뭇 다르다는 평가다.
하지만 일각에선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지금까지 정책과 별반 다르지 않아 그다지 양보한 게 없다는 의견도 있다. 예컨대 외국인 투자 시 차별금지는 2017년 중앙경제공작회의 때 외국인 투자 시 내국인 대우 및 네거티브제 적용을 발표했고 시장 개방 확대는 지난해 4월 보아오 아시아포럼 때 시진핑 주석이 이미 언급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협상에서 핵심의제가 된 기술이전 강제 금지나 보조금 지급, 사이버 공격 등에 대해 중국은 “하지 않고 있다” 또는 “개선하고 있다”는 입장만 견지할 뿐 다른 대책발표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새로운 양보안은 없다는 얘기다. 말하자면 이들 의견은 중국 정부는 미국산 콩, 자동차 수입관세 인하 등 시장개방과 수입확대에 주력하고 핵심기술과 관련해선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란 것이다.
하긴 중국도 언론이 겉으로 통제돼 있을 뿐 미국과 마찬가지로 정치적으로 이해관계가 간단한 구조가 아니다. 따라서 미국에 지나치게 양보하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내부 경쟁자 또는 강경파의 반발이 거셀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사례를 봐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협상을 주도한 주룽지 총리가 WTO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고 초기엔 반역자라는 격렬한 비판을 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둘째, 그래서인지 중국의 올해 경제정책은 지금껏 강조한 개혁보다 안정에 방점을 둬서, 무엇보다 우선 금융안정대책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물론 지난해에 이어 구조조정 등 디레버리지정책, 예컨대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의 부채축소를 여전히 강조한다. 하지만 구조개혁에 따른 과도한 디폴트 발생 위험 등을 줄일 수 있도록 채권발행 활성화, 지방세 정비 등 안정화 정책에 보다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시장에선 이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 내내 시장을 옥죈 통화긴축 기조와 달리 보다 신축적이고 완화적인 성격의 통화정책을 예상한다. 또한 이와 맞물려서 저금리유지, 작년보다 적극적인 재정확대, 성장률이 기대보다 부진할 경우 부동산정책도 완화될 가능성도 예견케 하는 대목이다.
셋째, 그럼 2020년까지 중국 정부가 강력히 다잡겠다고 한 환경대책은 어떨까. 중국 정부는 2016년 이후 대대적인 환경규제 강화로 기준에 미달하는 공장의 강제 조업제한, 정지와 석탄 사용금지 등 강경한 조치를 취했고 그로 인해 경제활동에 제약을 가져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달라질 것 같다는 게 대다수 의견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로 경기둔화가 뚜렷할 경우 경기 제고를 위해 환경규제 정책의 우선순위는 일단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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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는 민간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정책이 확대될 것이란 점이다. 대형 민간기업이 약진하긴 했지만 여전히 중국은 국유기업 중심이다. 경기가 둔화하면 독점력이 약하고 신용도가 떨어지는 민간기업,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기 마련이다. 민간·중소기업의 참여분야 확대, 집중적인 금융지원 등이 거론된다.
아무튼 3개월 휴전이라곤 하지만 기술패권은 서로 양보할 수 없다는 기본입장이 견지되는 한 미중협상은 낙관할 수 없다. 꼼꼼한 분석을 통한 시나리오별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