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6분의 미팅'
1999년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회장은 마윈 중국 알리바바 회장을 만나 6분만에 2000만달러의 투자를 약속했다. 손 회장은 이후 알리바바에 대한 투자를 8000만달러까지 늘렸고, 10여년간의 투자로 800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이는 혁신적인 기업과 이를 뒷받침하는 금융이 만나 이뤄낸 성공사례로 꼽힌다.
알리바바의 가능성을 알아챈 손 회장의 안목도 높이 평가할만 하지만, 몇 분만에 2000만달러의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도 주목할만하다.
사모펀드(PEF) 제도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국은 물론 외국의 경우도 은행이나 보험사는 이런 형태의 자금투자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혁신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금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금융시장의 플레이어는 PEF가 꼽힌다. 고위험고수익(하이리스크·하이리턴)을 추구할 수 있고, 비교적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05년 첫 토종 PEF인 보고펀드가 설립됐다. 도입 초기 PEF들은 '기업사냥꾼'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적잖았다. 수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평가도 곁들여졌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와 정반대의 성공적인 PEF투자 사례를 찾기 어렵지 않다. VIG파트너스는 2014년 바디프랜드를 인수했는데 고용인이 230명에서 2017년 2080명으로 늘었고, 같은기간 동안 영업이익은 286억원에서 1088억원으로 늘었다.
한앤컴퍼니의 쌍용양회 인수, 글랜우드의 동양매직 인수도 성공적인 PEF투자 사례로 꼽힌다. 노조와의 잡음 없이 한계기업에 자금을 수혈해 숨통을 터주고,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한 PEF업체 사장은 "인력이든 사업부문이든 과거에 불필요했던 부분만 걷어내면 전체 고용인력도 늘어나고 회사도 좋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PEF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 이들의 자금이 혁신기업으로 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PEF가 효율적으로 자금을 투자하고 회수할 길을 열어주면,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에 나설 것이란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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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권주식 10% 이상 지분보유 의무, 차입금 투자자산 제한 규정 등을 없애거나 완화해 글로벌 수준의 자율성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PEF는 혁신기업에 대한 다양한 투자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같은 개선방안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발의됐지만 지금도 국회에 계류 중이라는 점이다.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제도개편이라는 점에서 국회도 공감하고 있지만 여야는 2월 국회를 열지 못했다. 3월 임시국회도 열릴지 미지수다.
정책은 대체로 방향이 중요하지만 때론 속도도 중요하다. 손정의 회장 같은 투자자를 갖고 싶다면 그에 맞는 환경을 먼저 갖추는 게 필요하다. 국회는 언제쯤 제 역할을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