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경기도 안산에 있는 기계부품 제조업체 A기업은 대기업 여러 곳에 제품을 납품하는 중견 협력업체다. 이 기업은 올 하반기 신규 인력채용을 하지 않기로 했다. 경영환경이 너무 좋지 않아서다. 올 상반기 매출이 크게 줄었는데, 추가 인건비 등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지난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으로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향후 법 시행으로 대기업들의 파업 리스크 여파가 납품 스케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 파업이 일어나면 납품을 못하기 때문에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한다.
노란봉투법을 우려하는 국내 중견·중소기업의 실상이다. 업계에선 이 법이 다음달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대기업들의 파업 강도가 더 강해지고, 노사 관계는 복구가 힘들 정도로 틀어지는 등 협력업체들의 피해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최근 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 조사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중견련이 회원사 800개를 대상으로 '2025년 하반기 중견기업 고용 전망'을 조사했는데 대내·외 경제 불안정이 지속되는 여파로 중견기업 10곳 둥 6곳(56%)은 하반기 신규 채용을 수립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중 28.3%는 실적 악화를, 28.1%는 인건비 부담 증가를 각각 이유로 꼽았다. 경기 악화 우려를 거론한 곳도 20.6%였다.
경기불황과 내수침체 등에 더해 파업 리스크까지 감내해야 하는 현실에 기업인들의 한숨소리는 더 커진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기업들의 잦은 파업으로 생산이 멈추면 협력 중소기업들도 납품할 물품들을 창고에 산더미처럼 쌓아 둘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에 만난 기업체 대표들이 느끼는 노란봉투법의 공포감은 상당했다.
한 중견기업 대표는 "경기위축과 내수침체로 지금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때보다 더 힘든데 노란봉투법과 같은 기업을 옥죄는 정책들이 쏟아지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할 지도 모른다"며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기업이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것도 기업인데 너무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가 확대되고 기업 고유의 경영 활동까지 쟁의 대상에 포함될 우려가 크다. 특히 하청 노동자에게도 원청과의 단체교섭권을 부여해 경영 리스크를 더 키울 수 있다. 자칫 파업 만능주의를 조장하고 노사관계 안정성을 훼손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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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현장과 괴리된 법들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망 재편으로 우리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는 제조업의 어려움은 가중될게 뻔하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파업 리스크 상시화, 채용 축소, 투자 유보, 공장 해외 이전 등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취임사에서 '경제 성장'을 22번 얘기했다. 특히 "다시 힘차게 성장하고 발전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기업이 우선 살아야 가능한 일이다. "IMF때보다 힘들다"고 토로한 기업인들이 회사 문을 닫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기업들이 문을 닫으면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는다. 그런 나라는 발전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