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재난 현장의 숨은 영웅들

[우보세] 재난 현장의 숨은 영웅들

오상헌 기자
2025.07.31 05:35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산청=뉴시스] 강종민 기자 =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25일 경남 산청 호우 피해 복구 현장을 찾아 자원봉사자들의 애로사항 등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행안부 제공) 2025.07.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강종민
[산청=뉴시스] 강종민 기자 =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25일 경남 산청 호우 피해 복구 현장을 찾아 자원봉사자들의 애로사항 등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행안부 제공) 2025.07.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강종민

충북 괴산군의 조용주씨는 지역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열심히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로 통한다. 재난이 발생하면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고, 제일 마지막에 나오는 자원봉사자로 유명하다고 한다. 회사에서 소방·산업 안전관리 업무를 하는 조씨는 2011년부터 14년째 괴산군 취약가구의 노후화된 '분전반'을 직접 수리하고 교체하는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분전반은 배전반에서 받은 전력을 각 부하로 분배하고 과전류·누전 등을 차단하는 장치다. 화재 발생시 차단기가 작동해 과열과 누전을 막는 역할을 하는데 시골집의 분전반은 노후화하고 낡아 작은 불이 대형 화재로 이어지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조씨가 분전반 수리 자원봉사를 시작한 배경이다. 지금까지 수리한 가구만 425곳이다. 괴산군 취약층 1500가구의 분전반을 보완하는 게 조씨의 목표다.

한유미 괴산군자원봉사센터 팀장은 "2023년 7월 폭우로 괴산댐이 붕괴 직전까지 물이 차올랐을 때도 조씨가 가장 먼저 도착해 현장을 살폈다"며 "수해 복구 당시 폭염으로 자원봉사자는 하루 4시간 이상 활동할 수 없지만 조씨는 어쩌면 저렇게까지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하루 10시간 가량 재난 현장을 지켰다"고 말했다.

9년째 서울 양천구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함은영씨는 '24시간 대기조'로 불린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함씨는 하루 4시간씩 코로나19 예방접종 안내 봉사를 했다. 감염 위험으로 대면 자원봉사자가 급감하던 때였다. 젊고 건강한 자신이라도 봉사를 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예방접종을 하러 온 어르신들은 항상 밝게 웃는 함씨를 '코로나 선생님'으로 불렀다.

조씨와 함씨는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1365 자원봉사포털'의 '재난 현장 속 자원봉사자를 찾습니다'에 소개된 자원봉사자다. 재난 현장의 우리 안의 영웅이라 할만하다. 올해는 유난히 기상이변에 따른 재난재해가 많았다. 지난 3월 경북·경남을 휩쓴 초대형 산불에 이어 이번에는 전례없는 극한호우가 경남과 광주, 충청, 경기 지역을 덮쳤다. 25명이 죽고 3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주택과 공공·사유시설, 농경지·농작물 피해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비구름이 물러가자 체감기온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그런데도 수재민을 도우려 피해 지역을 찾은 자원봉사자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행안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23일까지 약 1만 5000여 명이던 집중호우 관련 자원봉사자가 29일 현재 약 4만 2000여 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묵묵히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우리 안의 영웅들이 여전히 많다는 뜻이다.

흔히 자원봉사의 핵심 가치로 자발성과 무보수성, 공익성을 꼽는다. 자신의 의사로 아무런 대가없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이타주의의 발현이 자원봉사다. 한 가지 더 붙이자면 '지속성'이 아닐까 싶다. 꾸준히 참여하는 자원봉사자가 더 많아져야 한다. 다행히 코로나19로 급감했던 대면 자원봉사자 수는 증가 추세로 반전해 매년 늘고 있다. 수해 피해 복구가 끝난 뒤에도 숨은 영웅들의 미담이 쏟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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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헌 정치부장

모색은 부분적으로 전망이다. 모색이 일반적 전망과 다른 것은 그 속에 의지나 욕망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 고종석, 코드훔치기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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