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학자들이 학교 현장을 너무 모릅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어느 고교 교사의 푸념이다. 학자들은 좋은 취지로 정책을 제안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180도 왜곡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도 그런 사안 중 하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현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과 '수능 연2회 실시'를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단 한 번 시험으로 12년간의 학습결과를 평가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그러나 수능 연2회 실시에 대해 우려도 적지 않다. 1994년 때처럼 상반기에 한 번, 하반기에 한 번 실시할 경우 고3기간 전체가 수능 입시체제로 전환된다. 교사들은 고2까지 사실상 교과 진도를 모두 끝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게 되고 이는 선행학습을 조장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정규 교과과정이 왜곡되는 것은 물론 학원 수요도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증권사 교육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수능 연2회 실시에 대해 "메가스터디 주가가 2배로 뛸 대형 호재"라고 평가한다.
난이도 조절도 문제다. 1994년 처음 수능 연2회가 실시됐을 때 상반기보다 하반기 시험이 훨씬 어렵게 출제돼 수험생들은 대부분 '헛고생했다'는 허탈감을 맛봐야 했다. 교육당국이 오죽하면 '3년 예고제'도 어기고 이듬해 곧바로 1회 실시로 변경해 버렸을까.
그럼에도 정부는 '수능 연2회'를 강하게 밀어부치고 있다. 진행 과정을 복기해 보면 수능 체제 개편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에서 드라이브가 걸렸다. 곽승준 위원장을 포함한 정권 실세형 학자들이 '사교육 경감' 차원에서 목소리를 높이다 보니 교과부와 평가원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쪼그라들었다. 다른 생각을 말했다가 '반개혁 인사'로 찍히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고교 2학년부터 응시기회를 준다거나 난이도 및 과목을 달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지만 수능 비중(의존도) 축소가 전제되지 않는 한, 당초 취지는 왜곡될 가능성이 다분해 보인다. 1994년의 혼란 재발을 원치 않는다면 "교육학자들이 몇 달 만이라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봤으면 좋겠다"는 고교 교사의 푸념을 새겨들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