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에 사람들을 묶어 고문을 했던 것이죠." 서울시 남영동 민주화운동기념관에서 인솔 직원이 이렇게 말하며 학생들은 굳은 얼굴로 고문대를 쳐다봤다. 두껍고 기다란 장대와 쇠 야구방망이 등이 함께 비치돼 있는 M2(옛 대공분실) 3층 특수조사실은 구체적인 고문 내용 등이 전시돼 있어 다른 전시실과 달리 13세 이상만 관람 가능하다.
경기도 영성중학교 역사동아리 '피스메이커' 학생 14명은 지난 1일 오후 2시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故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의 현장인 민주화운동기념관을 찾았다. 민주화운동기념관은 옛 대공분실 부지에 조성된 공간으로 남영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2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서울 시내 한복판으로 전철을 타고 많은 사람들이 오갔지만 당시에는 건물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학생들이 가장 먼저 방문한 5층 조사실은 15개의 방이 방문이 엇갈려 있었다. 故 김근태 전 의원과 수 많은 대학생들이 간첩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각종 고문을 받았던 곳이다. 조사실은 좁은 수직 창이 설치 돼 사람이 빠져나갈 수 없고, 의자와 책상이 모두 바닥에 고정돼 있어 자해를 막았다. 문은 엇갈리게 설치해 서로의 방을 볼 수 없게 했다.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 끝에 숨진 509호는 유일하게 1980년대 조사실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가장 끝 방인 515호는 김 전 의원이 20여일간 조사를 받았던 곳이다. 김 전 의원이 고문 일시와 방법, 가해자의 이름 등을 기억해 폭로하면서 남영동 대공분실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고, 박종철 열사의 죽음으로 6월 민주화항쟁이 일어나게 됐다. 학생들은 좁은 조사실 안에 들어가보기도 하고 철제로 된 방음문을 살피며 당시 참혹했던 상황을 상상해봤다.

영성중학교 3학년 강현준 학생은 "당시 대학생이었다면 솔직히 고문이나 총, 최류탄이 무서워 시위에 나가거나 주도적으로 민주화 투지를 드러내지는 못했을 것 같다"면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학년 김수현 학생은 "사람들에게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알리며 투쟁을 같이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찾은 3층의 모습은 더욱 참혹했다. 3층에는 특수조사실, VIP실, 감시목적의 ITV 기계실 등이 있다. 특수조사실에서는 고위급 피의자들의 조사가 이뤄졌고 ITV기계실과 모니터실은 3층과 5층 조사실 상황을 감시하는 공간이었다.
이종관 영성중학교 역사교사는 "지식으로 공부하면 잊어버리지만, 현장 체험을 해보면 '억울하고 고문을 당했던 장소구나', '민주주의가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며 "앞으로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나올 때 아이들이 이런 기억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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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현장체험학습은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의 지원으로 이뤄진 것이다. 민주화운동기념관 관람신청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경기도교육청에서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버스 대절과 안전요원, 간식 등을 제공했다. 교육부는 '학교 역사교육 활성화 방안'으로 역사 체험 사업을 독려하고자 각 시도 교육청에 4000만~9000만원의 예산을 교부했다. 지역별 역사탐방장소·기관을 모색하고 있으며 하반기부터는 시도교육청에서도 지역 특화 역사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할 예정이다.
이 교사는 "교육부 지원을 받으니 출석 인정도 되고, 예산 지원도 받을 수 있어 부담없이 올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많은 지원을 통해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체험활동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