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정보 공개가 사법민주화 첫걸음"

"판결정보 공개가 사법민주화 첫걸음"

류철호, 김성현 사진=홍봉진 기자
2009.08.17 08:04

[머투초대석]김평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법원과 검찰의 사건처리 내용과 판결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해 사법 불신을 해소하고 사법민주화를 이루는데 변호사들이 앞장서겠습니다."

지난 2월 제45대 대한변호사협회장으로 선출된 김평우(64·사시 8회) 회장은 판·검사 중심의 관치 사법주의와 전관예우 등 국내 법조계의 고질적 병폐를 없애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법개혁을 위해 법원과 검찰의 사건처리 및 판결 과정을 국민에게 공개하는 '사법정보공개 제도'와 소액 민사재판의 판사 역할을 변호사에게 맡기는 '파트타임 법관제' 등을 추진하고 있다.

로스쿨 도입과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국내 변호사 업계의 당면 과제와 사법민주화를 위해 법조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 공약사항 추진상황 등을 들어봤다.

- 취임 당시 '사법 민주화' 차원에서 판결정보 공개 방침을 내세웠는데, 어떤 취지인가.

▶판결에 대한 정보가 너무 제한적이어서 국민들이 궁금증이 크다. 판결이 나오기까지 전 과정들이 좀 더 많이 알려지고 판결 내용도 대법원뿐 아니라 1·2심까지도 함께 공개돼야 국민들이 사건 내용에 대해 좀 더 정확하게 알게 된다. 이처럼 제한적인 국민들의 알 권리를 찾고 사법 민주화를 위해선 판결 정보 공개가 최우선 과제다.

- 사법 선진국의 사례는 어떤가, 사법부의 반발이 예상되는데 추진 방법은 무엇인가.

▶미국은 판결정보를 국민들에게 공표해 국민들이 언제든지 견해를 발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우리나라처럼 1·2심 판결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없고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만 사견을 밝힐 수 있는 것은 무의미하다. 판사들은 판결 정보를 공개할 경우 국민들로부터 평가를 받기 때문에 제도 도입을 꺼리고 있다.

겉으로는 사생활 침해 문제를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판결이 알려져 국민들의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사법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것을 법원이 인정하고 의식을 바꿔야한다. 9월부터 국회 본회의가 열리니까 입법으로 청원할 생각이다.

- 변호사 1만명 시대다. 로스쿨 도입과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데 국내 변호사 업계가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문제는 변호사들이 특권의식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변호사 자격만 취득하면 돈을 번다거나 편하게 살 수 있다거나 하는 생각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특권의식을 버리고 이제는 무한경쟁 시대인만큼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구조적 차원에서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은데.

▶조직화가 필요하다. 개인 힘으로 변호사업을 영위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우선 공동사업 형태를 취해야 한다. 작은 규모의 공동 사무실의 경우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기 어려워 결국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해야 하고 서비스 내용이 개인의 법적인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생활법률 상담 등 생활 주변에서 생기는 법률문제에 대한 서비스 체제를 갖춰야 한다.

- 일반인들이 소송시 가장 부담되는 것이 높은 변호사 비용이다. 법률서비스의 질은 높이면서도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변호사 보수가 지금처럼 건당으로 계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시간당으로 나눠 계산하는 보수 산정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 일률적이고 총괄적으로 계산하지 않고 소요된 시간에 따라 보수를 청구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 재판과정이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이 많다. 이의 개선을 위해 소액사건은 변호사가 법관으로 활동하는 내용의 이른바 '파트타임 법관제'를 공약했는데 추진 상황은.

▶판결 정보 공개와 함께 파트타임 법관제에 대한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선 이미 대법원에 전달했다. 대법원도 소액 사건에 대해서는 보다 간편한 절차에 의한 해결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감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판사가 아닌 사람이 어떻게 재판을 할 수 있느냐는 기존의 사회인식이 문제다. 아직까지는 판사들의 권위주의뿐 아니라 자기 업무를 빼앗긴다는 우려가 있는 것 같다. 입법 청원을 통해 해결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 최근 '양형조사관'의 '피고인 접견' 문제를 놓고 법원과 검찰이 갈등을 겪고 있다. 양측 갈등은 영장실질심사 도입 이후 해묵은 문제임에도 아직까지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데 개선 방법이 있나.

▶재판의 90% 이상은 양형 문제다. '당사자 주의'라고 하는데 피해자를 대변하는 검찰에서는 양형을 높여야 함을 지적하고 변호인은 피고인의 양형이 너무 높으니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관은 양측 입장을 들어보고 판단하면 된다. 조사관을 두는 것은 법원이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법원은 판단만 하면 되는 것이지 조사까지 하겠다는 것은 '직권주의' 재판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 검찰과 법원, 변호사는 수사와 재판을 이끌어가는 세 축이다. 이 세 축이 상생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면.

▶검찰과 법원이 자꾸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법원과 검찰이 서로를 경쟁 상대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법관들은 중립적인 심판관이란 본질적인 자기 위치를 빨리 찾아야 한다. 근본적으로 법관의 법조 경력이 검사나 변호사보다 높아야 한다. 따라서 판사 선발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판사를 한 다음 변호사를 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검사나 변호사를 한 다음에 판사를 하도록 해야 한다.

- 최근 법원과 검찰에서 고위간부들이 잇따라 퇴직하면서 대형로펌간 영입경쟁이 치열하다. 이는 아직까지 법조계에 남아있는 '전관예우' 때문인데, 이 같은 관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전관예우는 근본적으로는 판결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똑같은 사건인데도 누구를 변호사로 선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 객관적인 증거에 의해 입증돼야 한다. 변호사가 누구냐에 따라서 판결이 달라지는 것 때문에 전관예우를 의심하게 되는데 특정 사건과 비슷한 사건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판결 정보를 공개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야 한다.

-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시행 중인 '법관평가제'에 대한 생각은.

▶법관평가제가 성공하려면 평가 자료들이 오랜 기간 동안 축적돼야 가능하다. 아직은 시작 단계니까 평가 결과가 대외적으로 공표되기도 어렵고 풍부한 자료도 축적하지 못했다. 변협은 서울변회가 시행하고 있는 평가제를 좀 더 지켜보면서 장단점을 검토할 것이다.

- 대한변협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이고 법조계 발전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지금은 상당히 중요한 시기다. 해방 이후 60년 역사에서 봐도 지금은 전환기적 시점이다.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 사법시험 제도가 로스쿨로 바뀌고 있고 소수 엘리트로 시작했던 변호사 업계가 지금은 1년에 1000명이 넘게 배출되는 대중화된 직업군으로 바뀌었다. 조만간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외국인과 경쟁해야 하는 경쟁시대에 들어갈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어떻게 새로운 여건에 맞춰 변호사의 앞길을 열어나가고 대처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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