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죽음의 터널' 금화·사직터널 이유 있었다

[단독]'죽음의 터널' 금화·사직터널 이유 있었다

이원광 기자
2014.12.10 05:01

교통공단 용역조사결과 "곡선반경·편구배 문제 확인"

지난 2월2일 오전 11시32분 서울 서대문구 금화터널 입구 앞 도로에서 연세대 방향으로 진행하던 스펙트라 차량이 중앙선 화단을 넘어 반대차로의 코란도 스포츠차량과 충돌해 이모양(7·여)이 숨지고 이모양(5·여)이 의식불명에 빠졌다. / 사진=서대문경찰서 제공
지난 2월2일 오전 11시32분 서울 서대문구 금화터널 입구 앞 도로에서 연세대 방향으로 진행하던 스펙트라 차량이 중앙선 화단을 넘어 반대차로의 코란도 스포츠차량과 충돌해 이모양(7·여)이 숨지고 이모양(5·여)이 의식불명에 빠졌다. / 사진=서대문경찰서 제공

잇따라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하며 이른바 '죽음의 터널'로 불리는 사직터널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금화터널 역시 구조상 문제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터널이 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관계 당국의 조치가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서울시 용역을 받아 도로교통공단이 교통안전점검차량을 이용해 두 터널의 5m 단위 구간을 조사한 결과 "일부 구간에 곡선반경과 편구배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조사결과 사직터널 도로의 편구배는 상황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내부적으로 논의가 되고 있다"며 "곡선 구간에서 편구배가 존재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의 조사결과를 받아본 한 전문가는 "사직터널의 경우 편구배가 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편구배는 곡선도로에서 차량이 원심력에 의해 밀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주행하기 위해 도로 바깥쪽을 높이는 것이다.

금화터널의 경우 규정위반은 아닌 것으로 결론 내려졌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금화터널 진·출입부에 곡선반경이 240m인 구간이 있고 중간에 일부 240m가 안 되는 구간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곡선반경이 240m 이하인 구간에는 규정에 맞는 2%의 이상의 편구배가 있어 문제없다"고 말했다. 도로설계기준에 따르면 제한속도 60km 곡선반경 240m 이하 도로는 2%이상의 편구배를 설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금화터널의 일정하지 않은 곡선반경이 운전자들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응철 인천대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운전자는 곡선 구간이 일정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곡선도로는 단일곡선이나 2개 곡선의 복합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곡선반경을 일정하게 설계·시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금화터널과 사직터널은 대형사고가 잇따르며 '죽음의 터널''마(魔)의 터널' 등으로 불리고 있다. 강기윤 의원실(새누리당)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 사이 사직터널에서는 20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31명이 부상당했다.

지난 2월2일 금화터널 입구 앞에서 연세대 방향으로 진행하던 스펙트라 차량이 중앙선 화단을 넘어 반대차로의 코란도 스포츠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12월9일에도 금화터널을 빠져나오던 렉스턴 차량이 중앙선 화단 위 도로표지판 기둥을 들이받아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올해 초 두 터널을 방문, 교통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같은 상황에도 부분적인 안전대책만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반기에 금화터널에서 연세대 방향으로 중앙분리대를 설치하고 하반기에는 속도 제한도 낮추는 등 안전조치를 취했다"며 곡선반경과 편구배, 터널 밖 곡선도로를 인지하는 '최소 정지거리'를 위한 조치에 대해선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한 속도를 낮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김 교수는 "제한속도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운전자들이 정해진 속도로 주행하도록 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포장 등을 이용한 도로의 구조적 해결이 이뤄져야 한다"며 "사직터널과 금화터널이 시공되던 60·70년대 당시에는 도로는 이동을 위한 것이고 교통공학에 따른 안전 개념이 미비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익기 한양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운전자가 어두운 터널에서 지나 바깥 도로로 나오면 명순응과 암순응으로 인해 안정적으로 운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직선 터널에서 이어는 급격한 곡선도로는 위험성을 인지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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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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