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별일 아닌 폭언·폭행?…조폭문화 물든 일부 검사들

[기자수첩]별일 아닌 폭언·폭행?…조폭문화 물든 일부 검사들

양성희 기자
2016.08.23 04:30

후배검사에게 지속적인 폭언·폭행을 가한 김대현 부장검사가 최근 해임됐다. 김 부장검사의 비위행위는 직속 후배였던 김홍영 검사가 지난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극단적 상황에 이르러서야 '터질 게 터졌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분위기다.

그런데 이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바라보는 일부 검사들의 시각은 적잖이 충격적이다. "늘 있는 일 아니냐" "김 검사가 겪은 일은 신임검사라면 누구나 경험한 것" "해임은 과한 처분" 등의 반응이 그것이다.

심지어 김 부장검사를 감싸고도는 이들도 있다. "잘 아는 사이인데 입이 거칠긴 했으나 그럴 사람은 아니다", "후배를 예뻐해서 그런건데 표현 방식이 엇나간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낸 것이다.

일부 검사들의 이같은 반응을 보며 시대착오적인 검찰 문화를 돌아보게 됐다. 흔히 검찰 조직문화를 '조폭'에 빗댄다. 위와 같은 목소리를 낸 이들은 조폭 문화에 길들여진 탓에 김 부장검사의 비위행위를 무겁지 않게 느꼈을 것이다.

검사장에서 평검사로 이어지는 수직적 구조를 바탕으로 업무처리를 하는 상명하복식 문화는 평소 검사들의 생활 전반에도 뿌리 깊게 배어있다. 선배검사가 탄 차를 향해 줄줄이 고개를 숙이는 대여섯 명의 검사들 모습을 보고 크게 당황했던 적이 있다.

시대가 변했지만 검찰 조직문화는 그대로 멈춘 상태나 다름없다. 검찰은 김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 내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만들고 내부 문제에 대해 겸허히 성찰하겠다"고 말했다. 이 공언을 한 날로부터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책은 없다. 숨진 김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들도 변화를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이다.

뇌물수수 등의 비리로 검사가 옷을 벗은 사례는 있지만 후배검사에게 폭언·폭행을 일삼아 해임된 건 김 부장검사가 처음이다. 검찰은 민낯을 드러낸 이 사건을 계기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수평적이고 선진적인 조직 문화가 검찰에도 공고히 자리 잡을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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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 기자

머니투데이 양성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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