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직접적 직무관련성'에 발목잡힌 권익위

[기자수첩] '직접적 직무관련성'에 발목잡힌 권익위

이미호 기자
2016.10.20 08:14

각 부처와 협업해 '해석 문제' 검토키로

"국민권익위원회가 아주 엄격하게 해석하다가 마지못해 빗장을 하나씩 푸는 방식으로 갈 겁니다. 처음부터 문을 다 열어놓으면 입법 취지도 훼손될 뿐더러 '잘한다 소리'도 못들어요."

서울 소재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달 청탁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 얘기다. 권익위의 법 해석이 너무나 엄격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의 금품수수를 근절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하지만 현실에선 카네이션이나 캔커피를 주냐, 안주느냐 등의 문제가 연일 도마에 오른다.

청탁금지법이 국민들의 일상생활까지 규제한다는 비판의 중심에는 '직접적 직무관련성'이 있다. 지난 17일 정무위 국정감사는 이를 성토하는 자리였다. 법에 명시돼 있지 않은 개념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다보니 애꿎은 서민들만 피해를 본다는 의원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이에 성영훈 권익위원장은 "공무원 사회에서 직접적 직무관련자들 사이의 관계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해당 용어를) 쓴 것이지 새로운 법적 개념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에 따른 폐해는 생각보다 크다.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하나 둘씩 제약이 생기고 있다. 학생이 담임교사에게 꽃 한송이 못 건네고, 교수에게 캔커피 하나 줄 수 없다. 학부모들이 유치원 교사에게 직접 만든 김밥 한 줄 주지 못한다. 실제 이를 어긴다 해도 법적 처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법은 최소한의 규제로 단 한사람도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입법 원칙에는 어긋난다.

사회통념상 도가 지나친 선물이나 접대, 청탁은 처벌하는게 맞지만 모든 국민을 범죄자로 만드는 법은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늦었지만 권익위에서 '법 해석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것은 다행이다. 권익위는 각 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과 협력해 각 분야에서 혼란을 일으키는 해석 문제를 심층 검토하고 용어 문제도 다시 한번 정리하기로 했다. 이참에 기준이 모호하고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해석은 대폭 수정해야 한다. 최소한 상식선에서 국민이 용납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지키라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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