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최소한의 책임감 보여야…

朴대통령, 최소한의 책임감 보여야…

이태성 기자
2017.02.21 14:10

[기자수첩]

“검찰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믿기 어렵다. 중립적인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 딱 3달 전인 지난해 11월20일 박근혜 대통령은 변호인을 통해 자신을 피의자로 입건한 검찰 수사에 반발하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지만, ‘현직 대통령 신분을 고려해 특검에서는 조사를 받겠다는 말에 방점을 찍고 기다리자’는 여론도 비등했다.

기다림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기한 만료 8일을 앞둔 상황에서도 보답받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특검과 대면조사 일정을 합의해놓고 조사일정이 공개됐다는 이유로 이 합의를 일방적으로 무산시켰다. 공식·비공식적 방법으로 ‘특검의 수사가 일방적이고 정치적’이라는 의견만 흘러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대면조사와 관련해 특검에 비공개 및 참고인 신분 조사, 조사시간 제한을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부 특검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다.

우선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시켰다. 이 상황에서 박 대통령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비공개 조사’는 박 대통령이 이번 게이트의 중요 관계인이자 현직 대통령 신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특검이 수용해서는 안되는 요구다. 특검법에도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수사 과정을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조사시간 제한’을 받아들이면 박 대통령이 특검에 와서 ‘하고싶은 말’만 하고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는 3개월 전을 떠오르게 한다. 당시 박 대통령 측은 ‘조사 내용이 많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검찰의 조사 요구를 거절하다가, 특검 임명을 코앞에 두고 조사 자체를 거부했다. 이제 특검의 수사기한 만료가 다가오자 같은 방법을 쓰려는 것은 아닐까. ‘조사를 받겠다’는 약속을 박 대통령이 지킬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미 특검 안팎에서는 ‘형사불소추 특권을 가진 대통령이 대면조사에 응할 가능성이 낮다’는 소리가 들린다.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거부했을 때, 한 검찰관계자는 “최소한의 책임감을 기대했는데, 결국 이를 저버렸다”고 쓴소리를 했다. 박 대통령에게 책임감이 남아 있다면 특검 조사에는 당당히 임해야 한다. 특권 뒤에 한번 더 숨는다면, 탄핵과는 별개로 박 대통령을 인정하고 지지하는 한 줌도 안되는 세력은 더욱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이태성 기자
이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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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기자

2011년 입사해 사회부 법조팀, 증권부, 사회부 사건팀, 산업1부 자동차팀을 거쳐 현재는 정치부 국회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제14회 한국조사보도상 수상 2024년 제 19회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언론상 신문보도부문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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