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의 '핑계'와 검찰의 숙제

박영수 특별검사의 '핑계'와 검찰의 숙제

한정수 기자
2017.03.10 05:00

[기자수첩]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 100% 나올 것이다. 보완할 시간이 없어서 재청구를 하지 못했다.”

“청와대 압수수색에 성공했다면 민정수석이 어떻게 직권을 남용했는지 충분히 밝혀낼 수 있었는데…”

지난 6일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끝으로 임무를 마무리한 박영수 특별검사가 기자들에게 남긴 말이다. 박 특검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0) 수사에 마침표를 찍지 못한 데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그러나 특검이 애초부터 수사에 미온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특검 내부에서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를 두고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이른바 ‘우병우 사단’이 법조계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 만큼 특검이 부담을 느꼈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120여 명 규모로 꾸려진 특검에는 파견 검사, 검찰 수사관 등 50여 명의 검찰 ‘식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검은 결국 공을 검찰로 넘겼다. 박 특검의 ‘핑계 아닌 핑계’를 접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그렇게 자신이 있었으면 기한 내에 수사를 마무리했어야 한다”는 쓴소리를 했다. 강한 의지가 있었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시간과 인력을 확보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특검이 넘긴 우 전 수석의 범죄사실은 공무원 인사에 부당 개입한 직권남용,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진상을 은폐한 직무유기, 국회에서의 위증 등 총 11개에 이른다. 이 밖에 세월호 수사 방해 의혹, 가족회사 정강 자금 횡령 의혹도 있다.

이 같은 광범위한 혐의와 의혹들을 검찰이 충분히 입증해 낼 수 있을까. 검찰은 지난해 우 전 수석의 개인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특별수사팀을 꾸렸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특검에 앞서 활동한 특별수사본부는 그를 소환조차 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우 전 수석이 자신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던 시기에 김수남 검찰총장 등과 통화를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끈끈하게 이어진 검찰 조직의 특성상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평했다.

검찰은 특별수사본부를 재편하면서 우 전 수석 사건 전담팀을 지정했다. 다행인 점은 우 전 수석과 특별한 근무 인연이 없는 이근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 부장에게 수사를 맡겼다는 것이다. 검찰이 이번에는 ‘제 식구 감싸기’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회부 법조팀 한정수 기자
사회부 법조팀 한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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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사회부 법조팀장 한정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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