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에서 구속에 이르기까지 끝내 한마디 사과는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 앞에 서서 대국민 메시지를 전할, 두 차례 기회를 모두 차버렸다.
처음으로 수사기관에 모습을 보였던 지난달 21일. 전날 박 전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준비한 메시지가 있으며 검찰에 출두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예고했다.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박 전 대통령의 입을 바라보던 소환 당일, 그가 내놓은 메시지는 단 29글자였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란 말을 남기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8초였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은 일제히 “저게 다야?”라며 허탈한 반응을 보였다.
이후 9일 만에 카메라 앞에 다시 섰다. 구속 위기에 놓인 상황이라 이번엔 다를 줄 알았다. 여론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직접 출석하겠다고 한만큼 조금이나마 자세를 낮출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미리 마련된 포토라인에 발을 딛지조차 않았다. 쏟아지는 질문에도 굳게 다문 입을 떼지 않았다. 보란 듯이 기대에 어긋난 박 전 대통령은 구속이 결정된 이후 차량에 오르면서도 말이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을 둘러싼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검찰·특검의 수사에 임하면서 태도의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고비마다 최악의 수를 뒀다.
이 같은 태도는 자충수로 작용했다. 헌재는 파면을 선고하며 “(혐의 부인, 수사 거부 등) 일련의 언행을 보면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고, 검찰은 구속영장에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음에도 객관적 사실관계까지 부인으로 일관하는 등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적시했다.
만일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진정 어린 사과를 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적어도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어 구속은 피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결국 모든 게 자업자득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