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선거는 전쟁이 아니다

[기자수첩]선거는 전쟁이 아니다

서진욱 기자
2025.05.30 05:18

6월3일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선거는 역대 최다 범법자를 양산한 선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경찰청은 지난 23일 기준 선거사범 946명을 단속했다. 선거 벽보나 현수막을 훼손한 사례가 690명으로 가장 많았다. 5대 선거범죄에 해당하는 인원은 195명이다. 경찰은 대선후보 살해 위협 게시글 12건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대선캠프 관계자 등을 사칭한 '노쇼' 사기는 50건으로 집계됐다. '민주주의의 축제'라는 수식이 붙는 선거가 각종 범죄로 얼룩지고 있다.

선거사범 급증 배경에는 극단의 정치 갈등이 있다. 서로를 적으로 규정한 정치 선동이 극성 지지자들에게 번져 폭력 행위로 발현된다. 선거에 지면 자기 진영이 궤멸될 것이라며 위기감을 조성하는 이들도 판친다. 우리 편이 당한 폭력에 분노하면서 상대 편에 가해진 폭력엔 침묵한다. 대선후보들 역시 정책 경쟁보다 트집 잡기, 허물 드러내기 등에 전력을 다하며 혐오의 정치를 유발한다.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분열된 국민 여론을 수습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경찰은 지난 4월 초부터 전국 경찰관서에 선거사범 수사상황실을 설치하고 24시간 대응에 나섰다. 선거 벽보나 현수막 훼손 신고가 들어오면 과학수사대까지 출동해 증거를 수집한다. 선거사범 대응에 상당한 경찰력이 투입되기 때문에 현장의 인력부족 문제는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CCTV가 없는 장소에 설치된 선거 벽보가 많아 수사 난도가 높은 경우도 상당수다. 기존 사건과 민원 처리가 미뤄질 수밖에 없어 결국 국민 피해로 돌아온다. 벽보 훼손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실제 처벌은 100만원 안팎 벌금이 대부분이고, 징역형을 선고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솜방망이 처벌'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선거사범 급증 현상은 대결 정치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정치권이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더 심한 폭력 행위가 난무하고, 범죄 대응에 더 많은 행정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대선 이후 새로운 정치 국면에선 상대 진영을 존중하면서 정책 경쟁을 펼치는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분열과 혐오의 정치가 계속된다면 정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유권자들이 즐길 수 있는 민주주의의 축제가 되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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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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