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신동환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 부장검사

"주가조작은 범죄 수익금을 잘 숨겨놓으면 몇 년 살다 나와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단 한 번이라도 저지르면 철저히 엄벌되고 수익금은 물론 원금까지 몰수된다는 인식이 있어야 시도 자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신동환 신임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 범죄 합동수사부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6기)는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만나 불공정거래가 끊이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신 부장검사는 범죄가 계속 진화하는데 현행법상 여전히 처벌이 오래 걸리고 강도도 약하다는 점을 먼저 거론했다. 그는 "대형 증권사기 사건의 상징인 버니 메이도프가 2009년 미국에서 징역 150년을 선고받았다. 이 같은 무거운 형과 광범위한 자산 동결·환수 시스템이 시장에 강한 경고를 준다"며 "우리나라도 실질적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범죄수익 환수 역시 현행 제도와 인력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신 부장검사의 생각이다. 유죄가 확정돼도 돈을 추적해 환수하는 단계에서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그는 "우리나라는 환수 기준과 절차가 엄격한 편이고 실제 집행 단계에 가면 민사소송이나 취소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수사 초기부터 자산을 빨리 찾아 묶고 이후 실제 집행까지 끌고 갈 전담 부서와 역량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부장검사는 지난해 8월 서울남부지검과 부산지검에 범죄수익환수부가 신설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검사들은 당장 들어오는 사건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환수에 중점을 둔 전담 부서와 시스템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 검찰은 미국과 비교하면 형사에 많이 치중돼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민사적 절차에도 신경을 더 써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은 사건이 터졌을 때 일단 재산을 묶어두고, 민사소송을 통해 최종적으로 국고에 귀속시키거나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데 현실적 제약이 많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불공정거래의 수법은 더 교묘해지고 있다고 한다. 신 부장검사는 "과거처럼 일부 작전세력이 전화나 문자로 주가를 띄우는 수준이 아니라 유튜브와 SNS(소셜미디어)에서 신규 사업 진출·해외 투자 유치 등 허위 호재를 퍼뜨리고 리딩방이 매수세를 몰아넣고 이후 세력이 빠져나가는 식의 구조가 많아졌다"며 "AI를 내세운 종목 추천도 주가조작에 활용된다"고 밝혔다.
하나의 종목만 건드리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2∼3개월 간격으로 종목을 바꿔가며 반복적으로 개입하고 여러 팀이 동시에 붙었다 빠지는 구조도 많아졌다. 신 부장검사는 "이 때문에 겉으로 드러난 계좌 흐름만으로는 전체 공모 구조를 파악하기 어렵고 내부자 진술이나 제보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며 "공정거래 분야에서 담합 적발에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 제도가 일정한 역할을 했던 것처럼 자본시장법에 새로 도입된 리니언시가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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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부장검사는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체제가 시행되더라도 합동수사부는 꼭 필요한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증권 범죄는 클릭 하나로 순식간에 이뤄지고 증거도 빠르게 휘발된다"며 "계좌와 통신 기록도 금세 흩어지기 때문에 초기에 여러 기관이 함께 힘을 모아 거래 양상과 자금 흐름, 공모 관계를 확보하지 못하면 실체 규명이 훨씬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이어 "이상 거래는 검찰에 오기 전 거래소나 금감원 단계에서 가장 빨리 포착되는 만큼 초기 단계부터 전문기관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거래소·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 등과의 협업이 핵심이다. 경제와 법, 시장 구조가 복합적으로 얽힌 영역인 만큼 일반 형사사건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선 한계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신 부장검사는 "최근 검사 직무에서 특사경 지휘권을 없애야 한다는 논의가 있지만 증권범죄 분야는 현재 금융 전문가인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특사경과 법률전문가인 검사의 기능이 합쳐져 초기 수사에서부터 기소, 재판에 이르기까지 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며 "현재와 같은 특사경 지휘체계의 효율적 순기능이 퇴색하거나 범죄대응에 공백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실제 검찰에 따르면 △미국의 뉴욕남부지검(SDNY) △프랑스의 금융중점검찰청(PNF) △영국의 중대비리수사청(SFO)도 금융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검찰과 특사경이 협업을 하고 있다.
한편 신 부장검사는 앞서 시장의 공정거래를 저해하는 기업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서 3년간 근무했다. 법무부에서는 주임 검사로 론스타·엘리엇·메이슨 등 국제분쟁 실무를 맡았고 형사기획과장을 역임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 월드뱅크 반부패국 등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다.
신 부장검사는 마지막으로 "론스타는 13년, 엘리엇 사건은 7년이 걸렸다"며 "이번에는 몇 년이 될지 모르지만 합수부의 전문검사, 수사관, 파견 전문가들과 함께 금융범죄에 대응하는, 의미있는 역사를 써보자는 생각으로 주가조작 세력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