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말 뿐인 PEF 육성
외국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을 과점하자 정부는 부랴부랴 외국계에 맞설 토종 대항마, 즉 프라이빗 에쿼티 펀드(PEF)를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국회 결정과 정부 정책을 보면서 진정 대항마를 키울 마음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10일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 중 주식과 부동산을 전면 허용하는 조항을 삭제했다. 연기금의 주식 부동산 투자를 지금처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기금운용계획에 반영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PEF를 키우려면 최소 5년간을 인내하면서 투자해줄 자금원이 필요하다. 업계는 연기금이 PEF 활성화를 촉발시킬 수 있는 주축이 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기금의 주식투자가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상황에서 PEF에 투자하기는 어렵게 됐다. 대항마가 되려면 PEF 규모는 수조원에 달해야 한다. 연기금이 없이 개인 투자자들의 수천만원, 수억원 자금을 조금씩 모아 가능한 일인가.
정부는 또 2005년부터 투자자문업에 대해 부가세를 과세하겠다고 입법 예고했다. 투자자문은 금융기관 본래의 기능이 아니라며 부가세를 물리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대항마의 싹을 자르는 조치라고 지적한다.
외국자본과 견줄 대항마가 없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뭔가. 무엇보다 자본시장의 `선수'를 육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부동자금이 400조원에 달해도 믿고 맡길 실력있는 스타 펀드매니저가 없다는 것이다.
스타 펀드매니저를 꿈꾸며 펀드매니저 몇명이 실력을 키우는 곳이 바로 투자자문업체들이다. 투자자문사는 자본금 30억원 이상이면 등록할 수 있다. 이들이 부가세를 면하려면 자본금을 100억원이상으로 늘려 투신사를 설립해야 하지만 갑자기 큰 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그들에게 부가세를 과세하는 것은 펀드매너저들의 꿈을 밟은 것이다.
정부는 PEF를 육성한다고 해놓고 실제론 자금줄을 막고 운용자 육성을 차단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