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대성산업가스를 팔기 싫었다. 인수한 지 2년 됐고 실적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난 회사인 만큼 더 갖고 있는 게 이득이라 판단했다.
그런데도 골드만삭스는 대성산업가스 지분 68%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지분 32%를 보유한 2대주주 대성합동지주 때문이다. 대성합동지주는 대성산업가스 지분 매각을 결정하고 끈질기게 골드만삭스를 설득했다. 경영권 없는 32%의 소수지분으로는 M&A(인수합병) 시장에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는 만큼 대성합동지주는 골드만삭스의 도움이 필요했다.
사실 대성합동지주 역시 계열사 중 최고 알짜자산으로 꼽히는 대성산업가스를 팔기 싫었다. 2000년대 중반 건설업 진출로 어려움을 겪은 대성합동지주는 혹독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성산업가스 지분 68%를 2014년 골드만삭스에 4억달러에 넘겼다. 대성합동지주의 대성산업가스에 대한 애정은 지분 매각 과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다른 계열사보다 늦게 매각했고 지분 32%는 남겼다. 또 골드만삭스에 넘긴 68% 지분도 4년 뒤 되살 수 있도록 콜옵션을 확보했다.
그럼 대성합동지주는 왜 대성산업가스 콜옵션을 포기하고 남은 지분 모두를 팔기로 했을까. 한진해운, 현대상선의 경영악화로 신용보증기금의 자산이 부실화하면서 대성산업이 궁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대성산업이 발행한 회사채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사고 '신속인수제도'에 따라 이 금액의 60%를 신보가 보증한다. 이 신속인수제의 지원 대상이 된 기업이 한진해운, 현대상선, 동부제철, 한라, 대성산업이다.
이중 한진해운(법정관리), 현대상선(채권단 자율협약), 동부제철(워크아웃)이 회사채 상환이 어려운 지경으로 몰리면서 산은에 지급보증을 한 신보가 의무적으로 쌓아야 할 충당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신보의 지급 보증 여력이 악화하면서 대성산업은 내년 3~4월에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 만기를 연장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동안 회사채 상환 만기는 한 차례 연장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대성합동지주는 결국 알짜자산인 대성산업가스 매각을 통해 회사채를 상환하고 기업의 근간인 에너지 사업을 살리는 결정을 한 셈이다. 빚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기업이 '배째라'식으로 버티는 풍조가 적지않은 국내 산업계에 대성합동지주의 이 같은 책임경영은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다. 여러 기업의 부실로 책임론이 불거진 산은 입장에서도 대성산업의 결정은 가뭄에 단비다. 내놓기 싫은 알짜자산의 매각을 결정하고 적극적으로 골드만삭스를 설득한 대성합동지주의 결정이 주목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