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보다는 '불공정거래'라는 본질 잊어서는 안돼

"결국 규제만 남고 알맹이는 없는 것 같다."
한미약품의 '늦장공시' 논란 이후 두 달여가 지난 지금 남은 것은 공시와 공매도 관련 각종 규제다. 금융위원회 등은 '기술이전·도입·제휴' 계약 등을 의무공시로 전환하고,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 등을 신설한다. 이외에도 10여개의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이 도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한미약품 사태 재발 방지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사건 이전에도 많은 제도가 있었지만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각종 제도 개선과 규제도입 사이에서 사건의 본질을 잊은 듯 한 느낌도 든다.
이 사건의 본질은 '불공정거래'다. 늦장 공시와 공매도 이전에 중요정보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사건의 핵심이다. 익일 공시가 당일 공시로 바뀌어도 정보가 미리 새어나가면 소용이 없다. 사건의 본질이 먼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투자자들은 아직 '불공정거래'에 대한 답을 듣지 못했다. 검찰의 수사는 답보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주 한미약품을 방문해 특허팀 사람들을 조사하고, 이동통신사 직원의 컴퓨터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아직 결과가 없다. 그 사이 관련자들의 구속영장은 기각되고, 공시 담당자는 실종됐다.
이번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것은 규제보다는 정확한 수사와 그에 따른 엄격한 처벌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증권사범에 대한 처벌이 너무 관대했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제기된다. 대부분 집행유예나 가벼운 형이 선고되는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올 초에는 1~2년 전 증권사범으로 잡혀간 사람들이 대거 출소하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증권가에 퍼졌다. 처벌이 약해 또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한 탕으로 크게 남기면 1년 정도 실형을 사는 것은 문제도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해 한미약품의 신약 수출 계약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한미약품 연구원와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지난 9월 실형이 내려졌다. 당시 재판부는 "자본시장법 위반죄는 일반 형법상 절도·강도·사기 등의 재산죄에 못지않게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다. 수사 결과에서 위법성이 발견될 경우 관련자 처벌을 더 엄하게 할 필요가 있다. 한미약품 법인에 대한 처벌도 염두에 둬야한다. 투자자들도 불공정거래가 이 사건의 본질임을 기억해야 한다. 불공정거래의 유혹이 왔을 때 이를 뿌리치고, 금융당국에 알리는 판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