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크라제버거 청산한 판사CEO

[기자수첩]크라제버거 청산한 판사CEO

김도윤 기자
2017.01.19 05:30

청산 절차를 밟고 있는 국내 수제 버거 브랜드 크라제버거는 회생의 기회가 있었다. 법정관리 중 회생인가전 M&A(인수합병) 혹은 영업양수를 원한 기업이 있었다. 하지만 법원은 이 기회를 인정하지 않았다.

회생 기회를 놓친 크라제버거는 회사 설립 18년 만에 법인 청산을 진행 중이다. 현재 상거래채권단이 영업권과 상표권 등 자산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수제 버거 브랜드 쉑쉑버거가 국내에서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시점과 겹쳐 아쉬움을 남긴다.

크라제버거는 판사 때문에 회생의 기회를 놓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크라제버거 공개매각을 위해 예비입찰을 실시했고 3곳의 후보가 참여했다. 후보 중 국내 식품기업 한 곳은 실제로 큰 관심을 나타냈다. 당시 크라제버거가 미국에서 3000만 달러 규모의 소송을 당한 상황이라 예비입찰 후보들은 소송 결과를 지켜보자며 본입찰 연기를 요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크라제버거 자산 규모는 40억~50억원 수준이다. 어떤 후보가 300억원이 넘는 소송 결과를 상관치 않고 선뜻 인수에 나설 수 있을까.

더 황당한 건 다음 이야기다. 국내 한 식품기업은 크라제버거 회생인가 전 M&A가 틀어지자 영업양수를 원했다. 그런데 법원은 이를 거절하고 회생절차를 종료했다. 결국 크라제버거는 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청산절차에 돌입했다.

이 과정을 지켜본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법원의 영업양도 거절 이유에 대해 "판사가 영업양수도계약 체결 절차를 모른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영업양수도계약 체결 절차를 모르는 판사가 기업의 회생을 좌우하는 행태는 크라제버거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기업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한진해운 같은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한 예로 부산에 본사를 둔 한 선박부품 기업은 현재 법정관리 중 회생인가계획 수립 과정에 있는데, 채권단은 매각을 원하고 있지만 법원에선 10년 단위 회생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법원의 관리 아래 자금조달, 투자 등에 어려움을 겪는 법정관리 기업이 10년간 생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기업은 코스닥 상장사로 개인투자자 2000명 이상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법원의 판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판사 CEO(최고경영자)는 인사를 통해 자리를 옮기면 끝이다. 기업을 잘 모르는 판사 CEO의 판단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달라지는 현실이 올바른지 생각해볼 때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도윤 기자

미래 먹거리 바이오 산업을 취재합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