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전자'를 사지 않은 펀드매니저

[기자수첩]'삼성전자'를 사지 않은 펀드매니저

한은정 기자
2017.05.11 14:57

"주식을 사는 건 쉽지만 파는 건 생각처럼 되지 않습니다. 최근 삼성전자를 사지 않은 이유입니다."

삼성전자를 펀드 포트폴리오에서 3% 정도만 유지하고 있다는 A 펀드매니저는 화장품주가 고공행진한 이후 급락했던 2015년을 회상하며 이같이 밝혔다. 삼성전자 투자 비중이 높지 않아 펀드 성과가 크게 오르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그렇다고 해서 철학에 맞지 않는 투자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성장주 장세를 이끌던 화장품주는 2014년부터 오르기 시작해 2015년 하반기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걸었다. 당시 장밋빛 전망만 믿고 화장품주를 추격 매수했던 상당수 펀드매니저들은 씁쓸한 결말을 맛봐야만 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들은 화장품 대장주인아모레퍼시픽(130,600원 ▼1,300 -0.99%)을 2014년 1월에는 평균 0.4% 편입하는데 그쳤지만 주가가 정점이었던 2015년 7월에는 평균 2% 이상 담았다.

A 펀드매니저는 "당시 한 펀드매니저가 급등하던 화장품주를 사면서 하한가를 찍는 날 매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실제로 하한가에 가지는 않았지만 주가는 상승과 하락을 오가며 추세적으로 우하향했고 결국 이 펀드매니저는 주식을 처분하지 못했다. 자신의 돈이라면 절대로 하지 못했을 매매행태"라고 지적했다.

최근 액티브 주식형 펀드들은 삼성전자 편입비중을 큰 폭으로 늘리고 있다. 2월 초 기준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의 삼성전자 편입비중은 평균 15.99%로 1년 전보다 6.56%포인트(p) 증가했다.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전략을 쓰는 중소형주 펀드들도 초대형주 삼성전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시장 상황에 따른 유연한 투자라고 주장하지만 '중소형주 펀드'의 성격을 잃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잖게 나온다.

최근 국내 증시는 장기 박스권을 돌파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극심했던 펀드환매가 한층 완화되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쉽사리 펀드 투자에 손 내밀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상승랠리를 계기로 펀드 시장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다. 유행을 좇는 펀드, 천편일률적 투자를 하는 펀드보다는 자신만의 투자원칙과 철학을 지킨 펀드가 시장에서 살아남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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