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초대형IB 출범 앞두고 달라진 금융당국

[기자수첩]초대형IB 출범 앞두고 달라진 금융당국

이태성 기자
2017.09.15 04:26

"금융당국이 처음에는 자격만 갖추면 다 허용해 줄 것처럼 말하더니 최근에는 너무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어렵게 자기자본을 늘려놨는데 되려 경영에 악재가 될까 걱정됩니다."

올 하반기 시행 예정인 초대형IB(투자은행) 제도와 관련,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삼성증권이 초대형IB 핵심인 발행어음 업무 심사에서 '보류' 결정을 받자 증권업계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부터 대형증권사(자기자본 4조원 이상)를 대상으로 초대형IB 제도 도입을 추진하면서 "자본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초대형IB 업무가 가능하게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책적으로 지원해 줄테니 자본을 늘려 모험자본 투자에 나서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지난해부터 유상증자, 내부유보금 확대 등을 통한 몸집 키우기(자기자본 확충)에 열을 올렸다.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야 하는 만큼 자본 규모가 클수록 시장 선점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국 입장은 증권사들이 모든 준비를 끝내가는 시점에 완전히 변했다. 대표적인 게 삼성증권에 대한 발행어음 업무 심사 보류다. 당국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어 삼성증권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사자인 삼성증권을 포함해 업계 누구도 당국이 대주주(삼성생명)뿐만 아니라 대주주의 최대주주(이건희 회장)와 특수관계인(이재용 부회장)까지 범위를 넓혀 문제 삼을지 예상하지 못했다.

증권업계는 삼성증권 인가 보류를 초대형IB에 대한 당국의 심사가 더 엄격하게 진행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우려를 표명했다. 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받지 못하게 될 경우 늘어난 자기자본이 되레 수익성 악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발행어음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모험자본에 투자한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 수익성 지표인 ROE(자가지본이익률)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초대형IB가 시작도 하기 전에 과도한 규제로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불만이 팽배하다. "금융당국이 초대형IB에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글로벌IB·모험자본 육성이라는 도입 취지마저 무색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을 무게 있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이태성 기자
이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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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기자

2011년 입사해 사회부 법조팀, 증권부, 사회부 사건팀, 산업1부 자동차팀을 거쳐 현재는 정치부 국회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제14회 한국조사보도상 수상 2024년 제 19회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언론상 신문보도부문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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