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한 증권사들에 대해 사법리스크가 발견됐는데도 심사중단이 아닌 심사재개를 결정했다. 금융당국의 대승적 판단에는 모험자본 공급이란 임무를 맡은 증권사가 본연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이 오랜 기간 염원했던 발행어음·IMA(종합투자계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제도를 손질했다. 많은 증권사가 종투사로 지정될 수 있도록 올해까지 심사 문턱을 낮췄고 심사 요건도 명확히 했다. 조건은 단 하나다. 중견·중소·벤처기업 등에 대해 모험자본을 공급(조달자금의 25%)하라는 것이다. 종투사 제도를 만든 당초 목적대로 증권사가 기업금융 시장에서 자본력을 토대로 모험자본 공급이란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달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기대와 달리 증권사의 적극적인 모습은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심사를 담당하는 금융감독원은 지난 12일 종투사와의 간담회에서 사실상 모험자본 공급 비중을 최소치인 25% 이상 계획하라는 메시지를 던졌으나 그 이상 제시한 증권사는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불어 금융당국은 증권사가 중소·중견·벤처기업 등에 대해 직접적인 자금공급과 주식투자를 하길 요구하지만 증권사는 이보다 쉬운 간접투자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금융당국이 증권사에 적극적인 태도를 요구하는 건 2013년 종투사 제도가 시행되고 12년이 지난 지금 증권사의 성적표가 처참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증권사 총자산에서 모험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2%대에 불과했다. 자금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수익을 거두기 쉬운 부동산 금융으로 흘러갔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수차례 모험자본 공급이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강조하고 기대해왔으나 증권사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증권사는 오히려 불만을 토로한다. 종투사 제도개선 발표에 "모험자본 공급 비중을 확대하면 증권사 수익성이 악화한다"며 난색을 보였고, 심사중단 여부를 논의한다는 소식에는 "수년간 기다렸는데 딴지를 건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금융당국이 종투사 사업 인가에 대해 전향적인 모습을 보인 만큼 이제는 증권사도 여기에 화답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