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가라는데, 이사 갈 집도 모르다니···"

"집 나가라는데, 이사 갈 집도 모르다니···"

강미선 기자
2011.11.30 17:00

종편 다급한 개국에 일반PP 옮겨갈 채널번호도 몰라

"당장 내일 나가라는데, 이사 갈 집을 모르는 거죠"(채널사용사업자 A사 대표)

12월1일 개국일에 임박해 종합편성채널사용사업자(종편PP)의 채널번호가 무더기 확정되면서 다른 PP들의 연쇄 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종편 채널 번호는 이른바 황금채널인 15~20번 사이에 정해졌지만, 당장 12월1일부터 어느 번호에서 방송을 내보내는지 모르는 일반PP들은 황당해 하는 상황이다.

30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12월1일 종편 개국에 따라 채널변동이 이뤄지면서 일부PP들은 이날 오전까지도 채널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한 PP업체 대표는 "종편 채널이 워낙 다급하게 확정돼 일반PP들에는 이동 채널을 협상할 최소한의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상황"이라며 "어차피 종편이 다른 PP들과의 합의 속에 태어난 게 아니라서 예상은 했지만 최소한의 절차도 무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선방송사업자(SO)들은 올해 채널 계약기간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번호 이동을 최소화하고, 내년 정식으로 연간 계약을 할 때 더 좋은 조건으로 바뀔 수 있다며 PP들을 달래고 있다.

하지만 일반 PP들은 내년 계약이 더 문제라며 불안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채널 계약이 연단위로 이뤄진다고 하지만 지상파 대우를 요구하는 종편들이 한 번 꿰찬 번호를 바꾸지는 절대 않을 것"이라며 "SO 계열의 대형 PP들은 그나마 서로 제 식구 챙겨주기로 버틸 수 있지만 힘없는 개별PP들은 콘텐츠 경쟁력과는 무관하게 뒷방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장 시청자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다. 30일까지 보던 채널번호에서 12월1일부터는 다른 방송이 나올 수 있어서다.

규정에 따르면 케이블은 '채널변경 전후 15일 이상' 변경된 채널번호를 고지해야 한다. 하지만 종편의 개국에 임박해 채널 번호가 연쇄적으로 바뀌면서 구체적인 변경 내역을 SO들은 고지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 17일 저녁부터 "12월1일부터' 또는 '12월중' 종편채널 및 보도채널이 신규편성될 예정"이라는 내용의 자막만 내보내왔다.

업계 관계자는 "워낙 종편 상황에 맞추다 보니 시청자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도 마련을 못했고, SO들도 면피를 하기 위해 구색만 갖춘 자막을 내보낸 것"이라며 "방통위 도 당연히 이를 문제 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PP를 보호하겠다며 방통위가 추진 중인 방안도 속도를 못내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방통위는 SO가 아날로그 채널 편성 시 개별PP에 20%를 의무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호조항이 나온다 하더라도 고시기간이 있어 실제 언제부터 적용될 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내년에 당장 채널 정규 계약을 해야하는데 개별PP들이 어려워지고 일부는 사라지고 난 뒤에야 보호 방안이 나오면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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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선 기자

증권,굴뚝산업,유통(생활경제), IT모바일 취재를 거쳐 지금은 온라인,모바일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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