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만 5백p 넘어·여기저기서 SMS 실시간 보고···"한국 프랜드 불량국가" 혹평도
24일 오전 9시 서울중앙지방법원 동관 352호 법정.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의 첫 국내 판결이 예정돼 있는 만큼 아침부터 취재열기가 뜨거웠다.
판결은 오전 11시로 예정돼 있지만 2시간전부터 소송대리인과 기자들이 법정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기자들은 소송결과를 예측하기도 했다.
오전 10시. 이미 법정 앞은 수많은 취재진으로 발 디딜 틈이 없어졌다. 오전 10시30분, 법정문이 열리자 44석 자리를 차지하려는 소송대리인과 기자들은 몸싸움까지 벌였다.
법원은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것을 대비해 문을 열어놓고 판결문을 읽겠다는 방침까지 정해놓았다. 다행히 판결을 보려는 사람들은 모두 법원에 입장할 수 있어 문을 열고 선고가 진행되지는 않았다.
판사가 판결을 읽어가자 기자들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판결 취지를 메모하고 주요 판결 내용을 SMS(문자메시지)로 송고했다. 법정 안에 있는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요 내용을 메모하고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등 핵심관계자들에게 SMS으로 실시간으로 보고했다.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해 법원은 이례적으로 법원관계자를 통해 판결을 안내했다. 법원관계자는 시간 안내와 함께 "통신기기 사용은 금지돼 있으며 주문을 읽기 전에 판결을 추측하지 말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특히 판결문은 삼성전자가 제기한 소송이 250페이지, 애플이 제기한 소송이 300페이지에 달했다. 보통 특허소송이 복잡하기 때문에 길어지지만 이번 소송 판결문은 이례적으로 장문이라는 것이 법원관계자의 분석이다.
법원 판결문이 길어진 데에는 프랜드(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특허제공) 이슈가 영향을 미쳤다. 법원이 그만큼 프랜드 이슈에 신경 썼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법원은 삼성전자가 프랜드 선언을 위반해 권리남용을 했다는 애플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배준현 부장판사는 "프랜드 선언을 향후 표준특허침해에 관한 금지청구권을 포기한다는 의사표시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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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애플은 표준특허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 등을 통해 성실한 협상을 하기보다는 프랜드 선언을 한 표준특허에 대해 소송과정을 거쳐 실시료를 지급하려는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세계적으로 프랜드를 인정하지 않은 법적인 판단은 처음이다. 프랜드 관련해 지난 3월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프랜드 관련해 손해배상은 가능하나 라이선스 협상을 진행하는 한 판매금지를 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판단이 나오자 독일의 지적재산권 전문가 플로리언 뮬러는 "이번 판결로 한국이 프랜드 이슈 관련해 불량국가(Rogue state)가 됐다"고 혹평했다. 그동안 플로리언 뮬러는 프랜드를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