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스위스의 다국적제약사 로슈를 취재할 기회가 있어 바젤을 찾았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라인강 주변에 위치한 로슈를 보며 부러움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그곳엔 로슈의 본사, 연구소, 생산시설이 12만㎡에 이르는 지역에 펼쳐져 있었다. 건물과 건물사이에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어 마치 대학 캠퍼스를 연상시켰다. 당시는 우리 바이오산업이 태동하던 시기던터라, 스위스 바이오기업들의 월등히 좋은 환경을 보며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보다 더 부러웠던건 연구개발(R&D)에 진심이었던 로슈의 전략이었다. 당시 로슈의 매출은 60조원이 넘었는데 R&D에 10조원이 넘는 돈을 썼다. 이는 삼성전자나 토요타의 R&D투자규모보다 더 큰 수준이었다.
지정학적으로 스위스는 우리와 유사한 면이 많다. 땅덩이가 넓지 않고,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강대국에 둘러싸여 수많은 외침에 시달렸다. 게다가 국토의 4분의1이 알프스산맥이어서 별다른 천연자원이 없다. 스위스인들은 지식과 기술로 '부가가치'를 만들어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부를 일궜다. 제약·바이오를 비롯해 금융, 정밀기계, 화학, 관광 등이 발달한 것은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스위스인들이 얼마나 노력했지를 보여준다.
그곳에서 우리나라 바이오 희망을 봤던 것 같다. 우리도 기술집약적 산업에 강한 민족이다. 제대로 투자만 이뤄진다면 우리도 바이오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현실이 됐다. 13년이 지난 지금 우리 바이오산업은 빠른 발전을 이뤄냈다.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 알테오젠 등 정통 바이오벤처기업들은 기술수출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신년 기획기사로 스위스의 바이오산업을 다뤘다. 다시 바젤을 찾아 그곳의 제약·바이오 산업 관계자들을 만나 비결을 듣고 K-제약·바이오 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했다. 그 기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이지만 스위스의 바이오산업은 더 정교해지고 거대해 진 듯했다. 연구그룹, 생명공학기업, 대학, 대형제약사, 생산회사들이 모여 거대한 바이오산업 생태계를 공고히하고 있었다. 스위스 연방정부와 지방정부는 아낌없는 투자와 지원을 하고 있다. 예컨대 바젤의 법인세율은 13%로 낮은 수준이다. 특정 연구개발 진행 시 추가 공제로 11%까지 낮아진다. 미국의 법인세 최고세율 21%, 한국 24% 대비 약 절반 수준이다. 그 결과 2023년 스위스 제약·화학산업의 수출액은 1355억300만스위스프랑(약 220조5000억원)에 달한다. 스위스 전체 수출의 36%로 1위다.
스위스 사레를 보면 바이오산업의 발전은 단순히 개별기업의 성장이 아니라 국가경제의 성장을 의미한다. 이는 우리에게도 남일만은 아닌듯 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바이오분야 해외매출 누적 상위 10개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3조1824억원), 셀트리온(1조6737억원), 한미약품(4595억원), SK바이오팜(3786억원) 등이다. 매출액 대비 해외매출 비중이 가장 큰 회사는 SK바이오팜(98.4%)이며 삼성바이오로직스(96.7%), 셀트리온(67.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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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라는 새로운 산업이 등장했고 성장하고 있으니 조만간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할 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우리가 신약을 만들고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명확해 보인다. 무엇보다 긴 호흡의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 스위스의 바이오산업은 100년이 넘었는데 뚝심있는 투자가 이어져 결실을 맺었다. 우리가 바이오산업을 키우기 위해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스위스의 바이오처럼 K바이오가 우리를 먹여살리는 날이 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