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블록버스터 '카빅티' 원개발사 레전드바이오텍, 이달 노바티스·AZ 출신 신임 CFO 선임
단순 연구 인력 넘어 글로벌 시장 영향력 확대 위한 C레벨 임원 영입 가속화 행보
AZ, 지난해 CAR-T 치료제 개발사 그레이셀 바이오 인수…글로벌 빅팜 현지 제약사 인수 첫 사례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 중인 중국 바이오 업계가 글로벌 대형 제약사 출신 인재를 잇따라 영입하고 있다. 방대한 내수 시장을 넘어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 영향력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블록버스터 품목 배출로 글로벌 제약사들로 인정받은 기술력 역시 단순 기술수출 계약을 넘어 기업 간 인수합병(M&A)으로 이어지는 등 산업 생태계 성숙도가 무르익고 있다는 평가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레전드바이오텍은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티스 등을 거친 카를로스 산토스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최고회계책임자로 임명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바이오텍인 레전드바이오텍이 CFO 수준의 핵심 재무 역할을 글로벌 제약사 출신에 맡긴 것은 이번이 최초다.
중국 바이오 기업의 C레벨 임원 영업 자체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어센티지파마가 알렉시온 마케팅 총괄과 바이엘 혈액학 사업 등을 담당했던 핵심 임원이던 제프 크메츠를 최고사업개발임원(CBO)으로 영입한 바 있다.
산토스 CFO의 레전드바이오텍 합류가 특히 주목받는 배경은 회사 상징성과 최근 중국 바이오 기업의 행보다. 레전드바이오텍은 지난 2022년 얀센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한 다발성 골수종 CAR-T 치료제 '카빅티'의 원개발사다. 레전드바이오텍은 2017년 긍정적 초기 임상 결과 도출 이후 3억5000만달러(약 4860억원) 규모에 카빅티 권리를 얀센으로 이전했다.
허가 첫 해 1억1700만달러(약 1620억원)의 매출을 거둬들인 카빅티는 지난해 6억달러(약 833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두는 품목으로 성장하며, 중국 바이오 기술의 글로벌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는 카빅티 성공이 중국 바이오 기술의 글로벌 영향력 강화에 불을 붙였다고 보고 있다. 카빅티 검증 이후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 바이오 기술을 적극 도입하면서 전세계 기술수출에서 차지하는 중국산 기술의 존재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바이오텍 기술수출 중 32%가 중국산 기술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8%에서 지난해 21%로 급증한 이후 추가 성장에 성공한 수치다. 증권업계는 올해 중국산 바이오 기술수출 비중이 전체에 40%에 이를 것으로 전망 중이다.
특히 차세대 항암 모달리티(약물전달방식)으로 주목받는 항체-약물접합체(ADC)의 경우 중국산 신약 후보가 최근 3년새 10건에 가까운 글로벌 제약사향 기술수출에 성공하며 주도권을 잡은 상태다. 해당 흐름 중심에 있는 레전드바이오텍이 회사 핵심 인원으로 글로벌 제약사를 선임한 것은 해외 영향력 확대를 본격화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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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바이오 기업의 공격적 행보 배경은 산업계 투자와 적극적 정부 지원책이 맞물린 결과다. 과거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한 제네릭(복제약) 시장에 집중하던 중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바이오 기술 육성을 국가 전략 우선순위에 놓고 적극적인 육성책을 펼쳐왔다.
기초 연구에서 상업화까지 단계별 기술 확대 지원은 물론, 국가기술이전·상업화유도기금(NFTTC)을 운영하며, 수십억위안 규모의 R&D 투자 및 벤처 펀드 조성 등을 통한 민관 협력 활성화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도 리창 중국 총리가 지난 20일 베이징 국제혁신센터를 방문해 고품질의 혁신 의약품 배출을 위한 생명과학 분야 인재 양성과 운영 모델 최적화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장기간 축적된 투자가 공격적 임상 전략과 발빠른 허가 품목 배출로 연결되는 등 가시적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제약사들 역시 단순 중국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회사 자원 자체를 흡수하기 위한 인수합병(M&A)에 나선 상태다.
지난해 아스트라제네카가 중국 장쑤성에 본사를 둔 CAR-T 치료제 개발사 그레이셀 바이오를 최대 12억달러(약 1조6600억원)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가 중국 바이오 기업을 인수한 최초 사례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 초 또 다른 현지 제약사 피브로젠 차이나 인수에 대한 현지 정부 승인을 획득해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중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기반으로 단순 제네릭에서 혁신의약품 개발에 뛰어들어 생명과학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을 하고 있다"라며 "미국 바이오텍 대비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어, 서구 제약사들의 관심과 자금이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