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백신' 가치 입증… 선급금 등 4599억원 잭팟
기술수출 아닌 M&A성공… K바이오 '新 성장판' 열려

GC녹십자의 글로벌 백신투자가 9년여 만에 결실을 이뤘다. 2017년 미국에 설립한 '큐레보백신'이 제약사 시가총액 1위 기업인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이하 릴리)에 2조원대에 매각됐다. 큐레보백신이 개발 중인 대상포진 백신의 가치를 인정받은 결과다.
GC녹십자는 이번 매각으로 약 4599억원을 수령할 예정이다. 앞으로 대상포진 백신의 판매수수료(로열티)와 CMO(위탁생산) 매출이라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도 확보했다. 아울러 이번 거래는 기술수출이 주를 이룬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M&A(인수·합병)로 혁신활동이 다변화했다는 점에서 K제약·바이오산업에서 한 단계 진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GC녹십자는 미국 관계사 큐레보가 릴리와 발행주식 전량을 양도하는 계약을 했다고 27일 밝혔다. 릴리의 큐레보 인수금액은 최대 15억달러(약 2조2600억원)다. GC녹십자의 큐레보 지분율은 20.3%로 GC녹십자가 받는 양도금액은 약 4599억원이다.
이 중 업프런트(선급금)가 3066억원이고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이 1533억원이다. 마일스톤은 일정기간 내에 매출목표를 달성하면 45일 이내에 지급될 예정이다. 녹십자의 큐레보 지분양도 예정일은 오는 8월24일이다.
이번 계약에는 큐레보가 개발 중인 대상포진 백신 '아메조스바테인'(프로젝트명 'CRV-101')의 임상가치가 반영됐다. 아메조스바테인은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와 같은 재조합 단백질 백신으로 글로벌 임상2상에서 싱그릭스와 직접 비교임상을 통해 비열등한 면역원성과 우수한 내약성을 입증했다.
특히 싱그릭스 대비 부작용과 통증을 획기적으로 낮춘 것이 핵심 경쟁력이다. 현재 임상2상을 완료했고 2b상 결과를 곧 발표한다. 2027년에는 임상3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GC녹십자는 이번 계약으로 중장기 수익구조도 구축했다. 매출 기반 로열티, 잠재적 CMO 매출 등이다. GC녹십자는 지난해 10월 큐레보와 아메조스바테인 글로벌 상업화 물량 일부의 CMO 권리계약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임상의 경우 임상3상부터 품목허가 승인까지 성공확률이 85%로 상업화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2031년부터는 매출이 꾸준히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는 "이번 거래는 큐레보 설립 초기부터 이어온 연구·개발투자와 협력전략이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결과"라며 "단순 투자회수를 넘어 잠재적인 사업들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 구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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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녹십자는 차후 희귀질환,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등의 기술수출도 공략할 계획이다.
앞서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로 막대한 현금 동원력을 갖춘 릴리는 26일(현지시간) 백신개발사 3곳을 5조원대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비만·당뇨약, 항암제, 면역치료제를 넘어 신규 감염병분야로 확대하기 위해 백신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로 했는데 이 중 한 곳으로 큐레보가 채택된 것이다.
이번 계약으로 GC녹십자는 릴리와 협업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릴리가 새롭게 백신, 감염병 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면서 백신 노하우를 쌓은 GC녹십자와 협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거래는 M&A 성공모델을 제시함으로써 K제약·바이오산업의 새로운 성장판을 연 것으로 분석된다.
정 원장은 "기존에는 기술수출이라는 하나의 활동에 집중했는데 이번 거래는 M&A라는 점에서 혁신활동을 다변화한 측면이 있다"며 "다양한 혁신전략을 적절히 활용했다는 점에서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