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삼성전자(181,200원 ▲2,600 +1.46%)의 특허분쟁에서 애플에 승리를 안겨준 미국 특허제도에 대한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을 소송 천국으로 만든 미 법률체계의 허점이 특허제도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미국에서 벌어지는 특허소송은 오히려 기술의 진보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애플이 이번 소송에서 이긴 것이 오히려 자멸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세바스티안 몰러비 미 외교협회(CFR) 선임 연구원은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칼럼에서 "미국의 특허법은 (말도 안 되는)'넌센스'"라며 "특허소송은 기술의 진보를 이루기보다는 광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애플의 승리로 끝난 특허소송은 "미 정치권이 굳건히 믿었던 자본주의의 힘이 쇠락하고 있다는 객관적인 교훈"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자본주의를 떠받쳐온 기둥으로 특허시스템을 꼽은 몰러비는 "미국인들은 그동안 혁신을 신봉하며 지적재산권이 혁신을 진일보시킨다고 믿었지만, 이 믿음은 이번 소송에서 잘못된 것으로 판명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이번 소송의 무대가 된 정보기술(IT)업계는 특허의 전형으로 여겨지는 제약업계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신약을 개발하려면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임상실험이 필요하고 여기에는 엄청난 비용이 드는 만큼 신약의 독점권을 인정해주면 제약업계에 혁신바람이 불겠지만, IT 분야는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몰러비는 비슷한 이유로 미셸 볼드린 미 워싱턴대 교수(경제학) 같은 이는 전세계 IT업계의 본산인 실리콘밸리에는 아예 특허권을 내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몰러비는 IT 기업들의 경우 특허권이 아니라 최초의 혁신제품으로 보상받으면 충분하다며 애플은 '아이폰'을 처음 출시한 뒤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경쟁 제품이 나오기까지 16개월간 500만대가 넘는 아이폰을 팔아치웠고, 같은 기간 애플 주가는 미 증시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보다 20%포인트 더 올랐다고 지적했다.
몰러비는 이렇듯 IT기업들에 기술 독점권을 주는 데 따른 효과가 의심스럽다면 이들에게 특허를 내주는 것은 명백히 비용만 초래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지난해 미 기업들이 '특허괴물'과 소송하는 데 쏟아부은 돈이 무려 290억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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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그는 지난 2005년 기준 전세계에서 41개 기업이 3세대(3G) 이동통신 기술 관련 특허 8000개를 두고 서로 자기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칼럼니스트인 마이클 울프도 이날 기고한 글에서 "이번 소송 승리로 사과(애플)가 썩기 시작했다"며 "미국의 특허제도는 보호장치가 아니라 소송을 위한 장치가 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애플의 이번 승리는 혁신을 가로막는 자멸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