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진주만 공습 같았다"…유가 어디까지?

[MT리포트]"진주만 공습 같았다"…유가 어디까지?

김성은 기자
2019.09.16 18:02

[사우디 피격, 오일쇼크] <br>사우디 하루 석유 생산의 '절반' 차질 <br>브렌트유 선물 장중 사상최대폭 뛰어 <br>"시설복구 속도 따라 수$~수십$ 변동… <br>문제 장기화 되면 한·중·일 등 고통"

[편집자주]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시설이 무인기 추정 공격으로 불타고 있다. 당장 배럴당 50달러 후반이던 유가가 70달러선까지 올라섰고 100달러 전망마저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과 디플레, 브렉시트 공포까지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가운데 유가 폭등의 검은 연기는 어디까지 번져갈까.
/AFPBBNews=뉴스1
/AFPBBNews=뉴스1

주말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 피격 소식에 유가가 월요일 개장 직후 치솟았다.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거래 31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향후 아람코(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의 시설 복구 속도가 더디면 100달러선까지 오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싱가포르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11월물은 개장 몇 초 만에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19.5%(11.73달러) 오른 71.95달러까지 치솟았다. 상승폭은 1988년 달러화 브렌트유 선물 거래가 시작된 이후 가장 컸다. 브렌트유와 함께 3대 원유 중 하나로 꼽히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10월물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15.5%(8.49달러) 오른 63.34달러까지 치솟았다. 이 역시 2008년 이후 약 11년 만에 최대폭이다.

이후 오름폭은 다소 줄어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이날 오후 12시46분 기준, 전일 대비 10.01%(6.03달러) 오른 배럴당 66.25달러에, WTI 선물은 같은 시간 8.92%(4.89달러) 오른 59.74달러에 거래됐다.

JTD에너지서비스의 존 드리스콜 수석 전략가는 "세계 주요 석유 공급업체의 가동 중단 규모가 전례없이 컸던 데다 미국, 사우디, 이란과 관련된 지정학적 교전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가격 움직임이 컸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4일 사우디 동부 해안에 위치한 아브카이크, 쿠라이스 등 석유시설 두 곳이 공격을 받으며 화재가 발생했다. 당초 예멘 후티반군이 드론(무인기)의 10대를 동원해 공격했다고 나섰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예멘 반군이 이 공격을 수행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공격 주체나 수단은 논란이 지속중인 가운데 블룸버그는 당시 공격을 '진주만 공습'에 빗대 상황이 긴박했음을 전했다. 화재는 진압됐지만 시설 가동이 중단되면서 사우디 산유량의 절반이 넘는 하루 570만배럴의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이는 전세계 산유량의 5%에 해당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에 따르면 지난 8월 사우디는 하루 평균 985만배럴를 생산했다.

EIA에 따르면 이 같은 손실 규모는 1990년 8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쿠웨이트 침공 당시(430만배럴)나 1979년 이란혁명 때 발생한 석유 손실 규모(560만배럴)를 능가한다.

역대급 규모의 생산 차질이 예상되면서 유가도 불안정하다. 유가 상승폭 전망은 적게는 몇 달러 많게는 수십 달러에 이르는데, 결과는 사우디 석유 시설이 얼마나 빨리 복구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계자를 인용해 사우디가 16일까지 공급 중단 생산량의 3분의 1(약 200만배럴)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사우디 정부 측이 자체 재고를 푸는 방안도 논의 중이며, 아람코는 17일 중 복구 상황에 대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아람코가 생산량을 완전 복구하는 데 며칠이 아닌 몇 주가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CNN에 따르면 미국 정치 컨설팅 회사 '유라시아그룹'의 아이함 카말(Ayham Kamal)은 "피해가 빠르게 복구될 수 있는 문제라면 배럴당 2~3달러 수준, 피해가 상당 수준일 경우 배럴당 10달러의 인상분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래피단 에너지그룹의 밥 맥넬리 대표는 15일 로이터에 "혼란이 7일 이어진다면 배럴당 최소 15~20달러가 오르고, 30일 이어진다면 가격이 세 자리수(100달러 이상)까지 갈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오닉스 선물의 공동대표 그레그 뉴먼도 "단기적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까지 되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반해 충격이 단기에 그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운 좋게도 이번 공격은 전세계 석유 비축량이 평상시보다 많고 미국 석유시설들은 허리케인 피해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할 때 발생했다"며 "세계 경제 둔화는 글로벌 에너지 수요를 완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미국 원유 탐사 기업 베란데라 에너지 파트너스의 매니시 라지 재무최고책임자는 NYT에 "미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들이 충분한 원유를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원유 거래에서 즉각적 붕괴를 예상치 않는다"며 "사우디는 그 자체로도 향후 60일간의 수출 의무를 충족시킬 재고를 갖고 있기에 가까운 시일 내 수급 불균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동 지역 공급 안정성에 대한 문제 때문에 가격이 오를 것이란 예측도 있다. ANZ 리서치는 "시장이 상당한 규모의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을 가격에 반영할 것"이라며 "브렌트유 가격은 단기적으로 시장에서 배럴당 70달러선에서 시험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이터에 따르면 투자회사 CMC마켓의 마가렛 양 시장 분석가는 "미국과 사우디가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된다"며 "고유가 추세가 지속된다면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아시아에서 석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 나라들이 고통을 느끼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성은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