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소수자 포용하는 사회가 경제력도 좋을까

미국이 지난달 27일 여성이나 남성이 아닌 'X'로 성별을 표기한 여권을 처음으로 발급했어요. 스스로 성별을 확정하지 않은 사람들의 선택지를 넓히기 위한 전향적인 조치로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하나의 성 정체성이나 성 지향에 묶이길 거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특히 Z세대는 'LGBT+'(성 소수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자유로이 밝히는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는데요. 이번주 [데이:트]는 LGBT와 사회 속 지표들에 주목해보려 합니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입소스가 지난 6월 'LGBT+ 2021'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세계 27개국의 18세 이상 성인 1만9000명에게 물어보니 10명 중 1명이 자신을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즈젠더)'로 규정했어요.
특히 'Z세대(1997년생~)'로 좁혀 보면 이 비율은 18%까지 높아져요. 그 밖의 세대에선 자신을 LGBT로 인식하는 사람의 비율이 10%를 넘지 않았어요.
미국 퓨 리서치 센터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사회가 LGBT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이가 어릴수록 높게 나왔습니다. 18~29세의 79%가 그렇다고 한 반면 50세 이상에선 23%에 불과했어요. 무려 56%포인트(p)란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Z세대가 이끌고 있는 LGBT에 대한 포용성이 한 사회의 경제와 연관된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공식 통계에서 그 연관성이 드러나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2019년 3월에 내놓은 '한 눈에 보는 사회' 보고서를 보면 차이가 명확합니다. OECD는 LGBT 수용도를 1~10까지 등급으로 나눴는데 10은 LGBT가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는 '언제나 정당한' 상태를 뜻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LGBT 포용성이 높은 국가가 대부분 GDP(국내총생산) 상위권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법적 LGBT 포용성 최상위 3개국의 평균 1인당 GDP는 최하위 3개국의 평균값보다 3200달러 높았어요.
OECD 자료에 따르면 LGBT 포용성 상위 10개국은 △아이슬란드 △스웨덴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스위스 △스페인 △핀란드 △룩셈부르크 △호주 등이었어요. 한국은 LGBT 포용성이 10점 만점에 2.8점으로 OECD 평균(5.1점)에 비해 훨씬 낮았습니다. 36개국 중 뒤에서 5위(32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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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많이 보던 순위인 것 같은데요? 경제력 순위와 비슷합니다. 2019년 1인당 GDP(국내총생산) 순위를 보면 △룩셈부르크 △스위스 △아일랜드 △노르웨이 △미국 △덴마크 △호주 △네덜란드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입니다. LGBT 포용성 순위 10위 국가 대부분이 경제력도 높단 뜻입니다. 언뜻 봐도 포용지수가 높은 나라들이 GDP 상위권에 속했어요. 한국은 23위입니다.
한국은 LGBT 포용성이 매우 낮은 국가 중 하납니다. 퓨리서치 센터가 각국 LGBT 포용성을 100점 만점으로 매긴 결과 한국은 44점이었어요. 남아프리카공화국(54)나 이스라엘(47), 유럽의 보수국가 헝가리(49)보다 낮습니다.
LGBT 포용성과 국가 경제력을 다룬 연구도 있는데요. 미국 대학 UCLA 연구진은 2014년 'LGBT 포용과 경제 발전의 관계: 신흥경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1인당 GDP와 국가 간 LGBT의 법적 권리 사이에 명확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며 "LGBT에 대한 권리가 더 많은 국가는 1인당 소득과 웰빙 수준이 더 높다"고 밝혔어요.

이처럼 전문가들은 한 사회의 다양한 성 지향에 대한 포용성이 경제적 성과에도 영향을 준다고 봐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준·Fed) 총재는 2019년 금융 포럼에서 "수많은 연구를 통해 LGBT 노동자들에 대한 포용성과 다양성이 경제 생산성과 이익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말했어요.
세계은행(WB)은 2014년 '호모포비아(성 소수자 혐오)의 경제적 비용'이라는 보고서에서 LGBT에 대한 혐오가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어요. LGBT들을 향한 일상적 폭력과 이들의 실직과 차별은 낮은 교육 수준과 생산성, 저임금으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는 한 사회의 경제적 성장 가능성을 끌어내린다는 거죠.
소비·노동 시장에서도 LGBT에 대한 포용이 경제적 이득을 가져온단 판단이 늘고 있습니다.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인텔 등 미국 실리콘밸리의 60개 IT대기업은 2013년 연방대법원에 '동성 결혼 지지 의견서'를 제출했어요. 의견서에서 이들은 "동성애자 직원에 대한 차별이 사내 문화를 해치고 능력 있는 인재 채용을 어렵게 한다"고 했어요.
최근 뜨는 IT기업들은 Z세대를 겨냥해 서비스를 내놓고 있어요. Z세대가 특히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다 보니 이들 맞춤 서비스를 제공해 사로잡겠다는 거죠. 이미지 공유 SNS 핀터레스트나 비즈니스 플랫폼 링크드인은 LGBT를 포함한 성별 인칭대명사를 표시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혔어요. 미 법무부가 X 성별용 여권을 내놓은 것과 맥이 닿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