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홍기 든 개막식 中소수민족들, 의도대로 안 읽힌 이유 [데이:트]

오성홍기 든 개막식 中소수민족들, 의도대로 안 읽힌 이유 [데이:트]

임소연 기자, 유효송 기자
2022.02.13 09:30
4일 중국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 한복 입은 조선족을 포함해 소수민족 대표들이 서있다/사진=뉴스1
4일 중국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 한복 입은 조선족을 포함해 소수민족 대표들이 서있다/사진=뉴스1
무슨 일이 있었죠?

중국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문화공정'의 무대로 쓰고 있단 논란이 일었습니다. 지난 3일 올림픽 개막식엔 한복을 입은 조선족 여성이 중국 오성홍기를 잡고 나타났죠. 중국 내 56개 민족 대표 중 하나로 나온 겁니다.

한국에선 중국이 올림픽에서 한국 문화를 침탈한다는 여론이 일었습니다. 올림픽 홍보영상엔 한복과 상모 돌리기, 장구춤과 김장 등 한국 전통 문화가 등장했어요. 중국은 과거부터 한국 등 이웃한 국가들의 문화와 역사를 자기들 것으로 만들려는 '문화공정'을 시도해왔습니다. 이번 상황이 그 연장선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죠.

주한 중국대사관은 "한복은 한반도 것이기도, 중국 조선족의 것이기도 하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중국은 한족뿐 아니라 많은 민족들로 구성됐고 조선족이 중국인으로 살고 있으니 조선족 문화도 중국이 품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식의 주장입니다.

그러나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소수 민족이라 하면 대체로 국가로 성장하지 못한 그룹을 일컫는 말"이라며 "10위권 경제력을 가진 한국이 소수민족으로 비칠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어요.

고유 문화에 대한 침범은 양보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중국은 다양한 민족들을 전체 인구의 91%를 차지하는 한족 문화에 강제 동화시켜와 여러 국가들과 인권단체로부터 문제제기를 받아오기도 했죠.

이런 중국이 '문화 다양성'을 내세워 55개 소수민족을 내세운 것,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번주 <데이:트>는 중국 내 소수민족의 삶을 숫자를 통해 들여다 보고,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의 모습을 되짚어 보려고 합니다.

들여다 보면

중국엔 한족을 제외하고 55개의 소수민족이 삽니다. 인구 수는 1억1700만 명, 전체 인구의 8% 정도죠. 그중에 좡족 1630만 명, 후이족 1060만 명, 만주족 1040만 명, 위구르족 1010만 명 등 4개 민족이 1000만 이상의 인구를 갖고 있어요.

밀집도를 보면 티베트족(630만 명) 95%가 모여 사는 티베트자치구가 소수민족 비율이 가장 높아요. 신장자치구는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 비율이 66%, 좡족이 주로 사는 광시는 40%, 닝샤 37%, 내몽고 23% 등 입니다. 중국 서·북쪽에 위치한 지역들이죠. 반면 중국하면 떠오르는 대도시 베이징과 상하이 등은 한족 비율이 90% 이상입니다. 장쑤성, 선전시, 톈진 등 주요 지역도 한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죠.

중국 정부가 '다같이 잘살자'라는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경제적 불평등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중국 서북쪽과 동남쪽, 즉 한족 주거지와 소수민족 주거지역 간 격차가 큽니다. 2020년 기준 베이징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6만4904위안, 상하이는 15만7279위안, 장쑤성은 12만1205위안 입니다. 중국 평균 GDP 7만892위안의 2배를 웃돌아요.

반면 소수민족 비율이 큰 지역들은 중국 평균치를 밑돕니다. 도시별 1인당 GDP는 광시 4만2964위안, 티베트자치구 4만8902위안, 닝샤 5만4217위안, 신장 5만4280위안 입니다. 경제적 격차는 지난 10년간 확대됐어요.

여기서 잠깐 조선족의 상황도 볼까요? 중국 내 조선족 인구는 약 180만 명. 이중 80만 명이 옌볜 자치주에 살죠. 옌볜이 있는 지린성의 1인당 GDP는 5만 위안 수준으로, 역시 중국 평균 아래입니다.

개혁·개방 과정에서 한족 거주지인 도시와 소수민족들이 밀려난 농촌에 대한 개발 정도가 달랐던 탓이죠. 이는 구직 기회의 격차로도 이어집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소개한 연구에 따르면 소수민족은 취직하는 데 한족보다 몇 배가 힘듭니다. 평균적으로 후이족 구직자는 한족 취업준비생의 두 배, 위구르족 지원자는 네 배 많은 지원서를 보내야 답신을 겨우 받았습니다. 고학력 노동자의 격차는 더욱 컸습니다. 상위 1% 학력의 위구르족 지원자는 같은 자격의 한족 지원자보다 답신 받을 확률이 6분의 1 수준으로 낮았어요.

그래서요?

중국 정부는 소수민족 경제를 발전시키겠다고 이야기해왔습니다. 그러나 경제 발전은커녕 이들 지역의 문화와 언어, 자치성을 억압하고 '한족화' '중국화'하는 조치가 이어져 왔습니다.

유엔위원회와 인권단체들은 위구르 무슬림들이 신장 수용소에 갇혀 '세뇌 교육'을 받고 있다고 고발했습니다. 수용소 내에서 이들은 중국어를 강제로 배우고 자신들의 신앙을 비판하고, 시진핑 주석을 찬양하도록 강요 받습니다. 여성들은 강제 불임수술을 당한다는 고발도 나왔고요. 후이족이 많은 간쑤성이나 내몽고, 티베트에서도 중국어 교육과 사용이 강제되고 도시 곳곳에 대테러 전담 부대가 상주하는 경찰서가 세워졌죠.

시 주석은 "중화민족의 집단의식을 형성하는 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달성하는 데 핵심적"이라고 강조했어요. 각 민족의 문화와 언어, 역사를 존중하는 '다양성'은 없고, 강제적인 동화 정책이 작동하고 있는 겁니다.

수용소에 갇힌 위구르족의 사진을 들고 중국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자/사진=AFP
수용소에 갇힌 위구르족의 사진을 들고 중국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자/사진=AFP

물론 소수민족 차별 논란은 다른 나라에도 있어요.

뉴질랜드에서는 원주민인 마오리족에 대한 차별 문제가 현재까지도 거론됩니다. 하지만 이 문제에 꾸준히 사회적 관심을 두고 개선해나가려 하고 있죠. 현지 매체 스터프(Stuff)는 2020년 11월, 자신들의 과거 보도를 되짚어보니 인종차별과 무의식적인 편견이 있었다면서 공개적으로 사과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첫 마오리족 출신의 총독(영국연방인 뉴질랜드에서 여왕을 대행하는 직책)이 탄생하기도 했고요. 호주도 비슷합니다. 2008년 케빈 러드 호주 총리는 원주민인 '애보리진'이 받았던 박해에 대해 정부와 의회를 대표해 공식 사과했습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에선 애보리진 출신 선수 캐시 프리먼이 성화 점화자로 섰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뉴질랜드 선수단 맨앞에는 마오리족 선수가 섰지요.

뉴질랜드·호주에서 소수민족의 위치와, 중국 내 소수민족들의 모습에는 차이가 보입니다. 올림픽에서 세 나라가 보여준 장면도 비슷하지만 다르게 느껴집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 소수민족이 등장한 것이 '다양성'으로 읽히지 않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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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송 기자

안녕하세요. 정보미디어과학부 유효송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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