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이란 재봉쇄·대국민연설 예고… 전쟁 재개 시사
"MOU는 시험용" 발언 속, 극단적 압박카드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선박 선적물의 20%에 해당하는 '호르무즈해협 통행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은 자국 동부시간 기준 14일 오후 4시(한국시간 15일 오전 5시)부터 대이란 해상봉쇄를 재개한다고 선언했고 16일 밤 9시엔 트럼프 대통령이 대국민연설을 한다. 최근 군사충돌을 이어오며 이란과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극단적 카드를 꺼내며 전쟁을 재개할 수 있다는 신호를 켰다. 다만 협상의 의지는 접지 않으면서 잇단 움직임이 이란과 합의를 위한 압박카드일 가능성도 남겨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해상을 재봉쇄하고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상선에 대해 선박 화물가치의 20%를 미군이 안전을 보장하는 명목으로 부과하겠다고 주장했다. 규모가 이란이 받으려는 것의 15배 수준일 만큼 과도한 데다 국제수로 항행의 자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남중국해나 대만해협에서 이같은 상황이 벌어질 경우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명분이 퇴색될 수 있다며 미국의 '내로남불'식 대응이 국제 해양질서에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 통행료를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산정했고 어떤 방식으로 부과할지 등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CNN에 따르면 백악관도 대통령의 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극단적인 협상카드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미 중부사령부는 성명을 내고 "군통수권자(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란 항구를 드나드는 해상교통에 대한 봉쇄가 14일 오후 4시에 재개된다"고 밝혔다. 미군이 주도하는 다국적 해상 감시기구인 합동해양정보센터(JMIC)는 "이란이 아닌 목적지로 향하거나 이란이 아닌 지역에서 출발하는 중립선박의 통행은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이 지난 7일 재개됐다고 10일자 서한을 통해 의회에 공식 통보했다. 트럼프행정부는 이를 통해 의회의 별도 승인 없이 앞으로 60일 동안 중동에서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간이 시작됐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밤 9시(한국시간 17일 오전 10시) 대국민연설을 한다고 밝혔다. 주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동전략에 대한 구상이 연설의 핵심주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이날 보수성향의 라디오 진행자 휴 휴잇과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란간 종전을 위한 MOU(양해각서)는 일종의 "시험이었으며 이란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이 재개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해상 재봉쇄, 호르무즈해협 통행세 계획 등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양국의 전쟁재개가 눈앞에 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산하 이맘 호메이니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관리에 개입하는 것을 결단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자들의 PICK!
다만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장기화는 원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날 그는 CNN과 인터뷰에서 이란공습을 재개하는 것에 대해 "군사적 소규모 충돌"이라고 선을 그으며 장기적인 전쟁단계로 접어든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또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낮게 보며 당초 행정부가 설정한 4~6주의 전투기간을 넘은 데 대해 "베트남에서는 19년을 보냈다"고 반박했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 이란과 합의할 가능성이 낮다면서도 외교적 해결 가능성은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