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미기자의 헬스&웰빙]공황장애의 진단과 대처법
회사원 김씨(35. 남)는 최근 몇 달 동안 1주일에 한두번씩 알 수 없는 공포감에 시달렸다. 그럴 때면 식은땀이 흐르고 숨이 가빠오며 가슴이 마구 뛰고 흉통까지 일어난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마비되는 느낌에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게 불가능한 지경이다.
그는 3년 전에 결혼해 1살 된 딸이 있었고 가정에서는 충실한 아버지이자 남편이었다. 회사에서도 원만하고 유능하다고 인정받았다. 직장 일은 바쁜 편이었지만, 그래도 주말이면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첫 발작은 6개월 전에 있었다. 김씨는 저녁 늦게 귀가해 쉬면서 아내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닥친 공포는 10여분 만에 가라앉았지만 끔찍했다. 며칠 뒤 출근길 만원전철 안에서 다시 증상이 발생했을 때 내려서 한참을 진정해야 했다. 이후로 지하철을 타는 것이 두려워졌고 며칠 후 지하철에서 다시 증상이 생긴 뒤에는 택시를 타고 출근했다.
발작 증상이 일주일에도 여러번 다양한 장소에서 예기치 않게 발생하자 김씨는 항상 다음 발작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가 없었다. 차를 운전하는 것도 두려워졌고, 백화점에 쇼핑하러 가는 것도 피하게 됐다. 점점 외출하는 것이 두려워지고 외출은 반드시 아내와 함께했다.
집 근처 의원을 찾아 심전도와 혈당치를 체크했지만 정상이었다. 하지만 발작 증상은 더 심해졌고, 빈도도 잦아져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큰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도 받았지만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동료들이나 가족들도 자신의 증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누구나 느끼는 불안감이 조금 심한 것이려니 하고 넘겼다.
하지만 그가 느끼는 불안 증상은 일상적인 불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것이었다. 발작시의 공포는 너무나도 심하고 자신을 완전히 압도하는 것이어서 당장이라도 죽거나 미칠 것 같았다.
결국 보름 전에 병가를 신청한 뒤로는 줄곧 집에서만 지내왔다. 집에서 지내는 동안에도 발작증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빈도와 심한 정도는 줄었다. 무엇보다 가족들이 곁에 있다는 것이 안심이 됐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만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앞으로 직장생활은 계속할 수 있을지, 가족들은 어떻게 돌볼지 걱정이 끊이지 않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다.
김씨가 받은 최종 진단명은 '공황장애'다. 공황장애(panic disorder)는 뚜렷한 이유없이 갑작스럽게 극도의 두려움을 느끼거나 당황하게 되는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환자들은 심한 불안과 가슴 두근거림, 어지럼, 파멸감, 죽음의 공포 등을 경험한다. 하지만 진단이 복잡해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적지 않다. 가수 김장훈씨도 최근 공황장애로 입원치료를 받았다.
독자들의 PICK!
공황장애 증상은 보통 짧은 시간 지속된다. 10분 이내에 증상이 최고조에 도달하고, 20~30분 이내에 소실된다. 1시간 넘게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보통 재발한다.
전체 인구의 1~4%가 일생에 한번은 공황장애를 느낀다. 1년 동안의 어느 시기에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도 1~2%에 이른다. 국내에만 40만~60만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이는 진단기준에 꼭 들어맞는 경우만 포함시킨 것으로 공황장애 진단을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공황발작을 평생 1번 이상 경험한 사람은 전체 인구의 10%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언제든지 발생하지만 잘 나타나는 연령은 청소년기다. 남자보다 여자에게 2배가량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인종과 사회계층에서 생길 수 있지만 증상은 약간씩 다르다.
△두근거림, 심장이 마구 뛰거나 맥박이 빨라지는 느낌 △땀이 남 △손발이나 몸이 떨림 △숨이 가빠지거나 막힐 듯한 느낌 △질식할 것 같은 느낌 △가슴 부위의 통증이나 불쾌감 △메슥거리거나 속이 불편함 △어지럽고 휘청거리거나 혹은 실신할 것만 같은 느낌 △비현실감, 혹은 세상이 달라진 것 같은 이상한 느낌 △자제력을 잃거나 미쳐 버릴 것만 같아서 공포스러움 △죽음에 대한 공포 △손발이 저릿저릿하거나 마비되는 것 같은 느낌 △오한이나 몸이 화끈거리는 느낌 중 4가지 이상의 증상이 '공황발작'으로 본다.
하지만 공황을 경험했다고 다 공황장애로 진단받는 것은 아니다. 공황장애는 △위에 열거한 예기치 않은 공황발작이 반복되고 △이후에 또 공황 발작이 올까봐 걱정하거나 △공황으로 외출을 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행동변화가 나타날 때 진단한다.
치료는 기본적으로 약물요법을 쓴다. 삼환계 항우울제나 벤조디아제핀 계통 약물, 마오차단제, 선택적 세로토닌 흡수 차단제 등을 사용한다. 여기에 환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인지행동 치료 프로그램이 병행된다. 공황발작에 대한 자신의 잘못된 신념이나 태도를 바꿔 주고 두려운 상황을 회피하지 않도록 행동을 교정하는 훈련이다.
강 교수는 "심층적인 상담을 통해 공황증상의 무의식적 의미에 대해 통찰하는 정신치료도 활용된다"며 "자신의 생리현상을 컴퓨터를 통해 직접 관찰하고 스스로 조절하는 '바이오피드백'도 쓰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