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4조' 흉내낼 수 없는 '온리 원' 승부

'매출 4조' 흉내낼 수 없는 '온리 원' 승부

대담=강호병 산업2부장, 정리=김명룡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2012.03.26 07:45

[머투초대석]조순태 녹십자 사장 "2020년 매출4조 계획 착착진행중"

- 2020년 매출목표 4조원...해외시장 정조준...판매가높아 수익성도 좋다

- 제네릭 부문 매출비중 낮아 약가인하 영향 작아

- '만들기 어렵지만 꼭 있어야할 의약품 개발'이념

- 희귀병치료제 등 성과 가시화...신약개발 재투자

녹십자(145,000원 ▼6,000 -3.97%)는 올해 초 2020년까지 국내 매출 2조원, 수출 2조원을 올리겠다고 공식화 했다. 녹십자의 지난해 매출액은 7700억원 정도다.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매년 매출액이 4000억원씩 늘어야 한다.

인터뷰전 사전자료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믿기지 않았다. 더욱이 초유의 일괄약가로 제약업계가 죽는다고 앓는 소리하는 시기가 아닌가.

어쨌든 한해 4000억원씩 매출을 늘리겠노라고 큰 소리친 회사 사장이니 목표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단호한 표정과 독기어린 눈매로 대담자와 기자를 만나리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보기 좋게 깨졌다. 지난 23일 경기도 용인 소재 본사에서 만난 조순태사장의 표정에선 마치 여행떠나는 어린이 같은 설렘과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분명 가슴속에 강한 자신감을 묻어두고 있는 듯한데 잘 드러내지 않았다. 더 혼란스러웠다.

만나자 마자 대뜸 "경영목표치가 과한 것 아니냐"고 애널리스트 처럼 따졌더니 해외로 진출할 의약품 몇 개를 소개해줬다. 그래도 고개를 연신 갸우뚱 거리니까 그때서야 그는 머뭇거리며 큼직한 책자 하나를 보여줬다.

'그린크로스(녹십자) R&D 프로젝트 마스터플랜'이라고 적힌 B4용지 60여쪽 분량의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에는 한페이지 한페이지 마다 개발이나 업그레이드 해야 할 의약폼 목록과 그 개발·허가·생산·판매 일정 등이 날짜순으로 빼곡히 담겨 있었다. 관련 의약품 시장규모와 녹십자의 목표치도 담겨 있음은 물론이다.

녹십자의 미래를 집대성 해놓은 비밀장부였던 것이다. 그것을 본 후 왜 조 사장이 과감한 목표를 세우고도 여유로움을 잃지 않고 있는지 이해가 갔다. 열정을 바탕으로 '목표-전략-행동계획'이라는 경영학교과서에 나오는 성과 법칙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으니 더 물어본다는 게 미안했다.

조 사장은 인터뷰 중간 중간 짐 콜린스의 '위대한 기업' 얘기를 꺼냈다. '넘버 원'보다 누구도 흉내내기 힘든 '온리 원'에 대한 갈구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희귀병치료제, 백신 등 남들이 따라오기 힘든 블루오션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춰 약가인하 등 불가항력을 비켜가면서 미국 등 큰시장서 승부를 걸어보자는 게 그의 전략이었다.

― 현재 매출수치를 보면 2020년 4조매출이 가능할 지 솔직히 의심이 듭니다.

▶ 우선 미국과 중국, 유럽 등 큰시장을 주목하고 있어요. 지금 갖고 있는 제품을 해외에 팔아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가령 혈액에서 추출해내는 면역글로브린은 지금 미국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입니다. 미국에서 판매허가가 나면 수출에서 연간 7000억원이 추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혈액제제는 국내보다 미국지역 가격이 4~5배 비싸서 괜찮은 수입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미 검증된 약들이라 임상에 많은 비용이 들지도 않고요.

현재 20여개의 신약후보물질을 개발중인데 이들과 함께 백신 등 기존 주력제품군의 국내외 판매를 늘려가면 충분히 목표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국내의 경우 2004년 이후 올해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대략 18%되는데 이 증가율을 유지시켜 2020년 매출을 2조원으로 키울 생각입니다.

- 또 어떤 것들을 준비하고 있는지 좀 더 말씀해주십시오.

▶ 수 년 동안 진행해온 희귀병치료제 개발부분에서 성과가 나고 있어요. 올해 초에는 희귀질환인 헌터증후군치료제 '헌터라제'의 시판허가를 받았습니다. 헌터증후군은 저능·저발육을 유발하는 유전질환인데 치료제는 전 세계적으로 1개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녹십자가 올해초 세계서 2번째로 개발완료했습니다. 국내외에 연간 4000억원 내외의 매출이 추가로 일어날 것으로 봅니다.

이밖에도 역시 희귀난치병인 혈우병이나 파브리병 치료제도 개발이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이오신약 분야에서도 간이식환자의 감염예방제와 치료제, 항암제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 F'가 임상이 끝나고 미국에 시판되면 연 1300억~1400억원 정도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희귀병치료제가 매출에 도움이 됩니까?

▶희귀병치료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죠. 현재 희귀병으로 분류된 질환은 780여개 인데. 치료제가 많이 나오지 않아 아직도 개발할 여지가 많은 분야입니다. 희귀병은 또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제약사 입장에서도 경제성이 괜찮습니다. 게다가 '인류의 건강한 삶에 이바지한다'는 녹십자의 이상과도 어울려요.

- 신약을 개발한다는 것과 상업적으로 성공한다는 것이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 녹십자의 제품들은 진입장벽이 높아서 경쟁상대가 많지 않아요. 대부분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비싸게 팔리는 경우도 많죠. 품질은 좋고 가격은 낮게 책정할 수 있으니 상업적인 성공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다국적제약사의 공동마케팅 등 모든 방법을 다 열어놓고 고민할 생각입니다.

- 약가인하로 제약업계가 아우성인데 녹십자는 영향이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 약가인하가 되면 제네릭(복제약)이 가장 큰 타격을 보게 되는데 녹십자는 제네릭의 매출비중이 낮아요. 영업본부장을 할 때도 쉽게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제네릭 부문을 강화하지 않았어요.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는 품목이 아니면 영업을 하지도 않았고요. 또 백신은 보험약값하고 상관이 없고, 혈액제제는 퇴장방지의약품이이서 약가인하 대상이 아니고요.

- 백신 등 다른 제약사들이 주목하지 않은 분야에 주목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 녹십자 창립 이념이 '만들기 어렵지만 꼭 있어야할 의약품 개발'이에요. 녹십자 같은 회사가 있어야 '보건안보'를 지킬 수 있습니다. 2020년 매출 4조원이 되면 순익도 최소 4000억원이 될 것으로 봅니다.

필수의약품을 국산화해서 돈을 벌고 그 이익을 다시 신약개발에 투자하는 선순환 모델을 이어가고 싶어요. 생명을 다루는 의약회사로서 녹십자만의 자긍심이자 위대한 회사로 가는 주춧돌입니다.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임직원 모두가 제몫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제 역할이죠. 사실 고민은 거기에 있습니다.

참고 : 녹십자는 1983년 국내 최초로 B형간염백신 '헤파박스'를 개발했다. 당시 우리나라 국민 B형간염 보균율은 10~12% 수준이었다. 당시 국내에서 수입되던 B형 간염백신의 가격은 1도즈(1회 접종량)당 47달러 수준으로 접종을 받기에는 과도하고 비싼 수준이었다. 하지만 녹십자가 B형 간염백신을 내놓자 다국적제약사는 백신의 가격을 7달러로 낮춰야 했다. 전국민에 대한 B형 간염백신 예방접종이 이뤄졌고 B형 간염은 국내에서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할 당시 녹십자는 예방 백신을 개발해 다국적제약사가 제시한 가격의 반값 수준으로 백신을 공급했다. 또 녹십자는 세계에서 12번째로 독감백신의 자급자족 기반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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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룡 증권부장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卽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卽殆). 바이오산업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미래 먹거리입니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각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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