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를 심다, 화폭에··· 문봉선展

소나무를 심다, 화폭에··· 문봉선展

이언주 기자
2012.12.08 06:55

서울미술관 전시 '독야청청(獨也靑靑)-천세(千歲)를 보다' 12일 개막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변모한 전시실에 들어서자 시원한 솔바람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가로 7m가 넘는 화선지에는 쭉쭉 뻗은 붓 길을 따라 키가 큰 소나무들이 늠름한 자태로 서있다.

윤곽을 살리고 나무껍질의 비늘과 솔잎을 하나하나 그리는 전통적인 묘사법은 찾아볼 수 없다. 거침없이 빠른 속도로 내리그었을 법 한 나무들은 세련되고 모던한 느낌을 준다. 흔히 봐온 소나무 그림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독창성과 감각적인 구성이 인상적이다.

이는 전통회화의 필법으로 매란국죽과 우리 자연을 그려온 한국화가 문봉선(51) 홍익대 교수의 소나무 대작들이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 소재 서울미술관은 오는 12일부터 문 교수의 소나무 그림 20점을 선보이는 '독야청청(獨也靑靑)-천세(千歲)를 보다' 전시를 개최한다.

작품 수는 20점이지만 한 작품 당 크기를 생각할 때 전시규모가 결코 작지 않다. 가로 367cm, 세로 145cm 종이에 소나무 한그루만 들어차 있기도 하고, 가로10m가 넘게 빽빽한 소나무 숲이 펼쳐지기도 한다.

↑문봉선 '소나무-보름달', 2012, 화선지에 수묵, 145x360cm (사진제공=서울미술관)
↑문봉선 '소나무-보름달', 2012, 화선지에 수묵, 145x360cm (사진제공=서울미술관)

문 교수가 소나무를 대대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소나무를 최근부터 그리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는 대학에 들어가기 전부터 지금까지 거의 30여 년간 다양한 시도를 하며 자신만의 방식을 찾기 위해 헤맸다고 한다.

"소나무는 묘사력만 가지고는 표현되지 않는 심원한 무언가가 있어요. 많은 시도를 하던 중 제가 아주 예전에 그렸던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고등학교 때 그린 소나무 그림을 우연히 다시 보게 됐는데, 솔잎 같은 것을 세세히 묘사하지 않고 갈필(渴筆)로 툭툭 치듯 그렸더라고요."

그는 "소나무를 그린다며 전통적인 동양화 기법에 매여 있었는데, 결국 그것을 털어버리는 데 30년이 걸린 셈"이라며 "경주, 양산 통도사, 함양, 거창, 양양 등 전국을 돌며 소나무를 오래도록 그리다 보니 감이 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자신의 소나무를 누구 앞에 내놓아도 떳떳하다고 자랑할 수 있게 된 시점이 최근 3~4년 전부터라고 한다. 서예에 관심이 많았던 그가 중국 초서(草書, 곡선 위주의 흘림체로 된 한자 서체의 하나)를 배우고 나서 초서기법을 소나무 그림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소나무의 기상을 표현하기 위해서 한 필로 그려봐야겠다고 생각한 것. 초서가 가미되면서 화면에 공간미, 조형미가 새롭게 표현됐다.

이번 전시 작품 중에는 600년 묵은 노송인 '천세송'(千歲松)이 있다. 조선 말기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별장으로 사용했던 석파정(石坡亭)에 있는 이 소나무는 그림 속에서 장엄하고 위엄 있는 자태를 뽐낸다.

그는 "특별한 기교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 그리기만 해도 한 폭의 그림이 되는 것이 소나무"라며 "온갖 풍상을 겪으며 말없이 서 있는 노송을 대할 때면 저절로 숙연해진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600년 간 한자리를 지켜온 크고 너그러운 소나무의 마음을 느껴보면 어떨까. 묵향과 솔향이 어우러진 미술관에서 소소한 일상과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는 내년 2월 17일까지 볼 수 있다. (02)39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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