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아이콘 IDEO의 창업주 형제들이 풀어쓴 창조력 육성 방안 '유쾌한 크리에이티브'

"모닝커피를 마시는 경험을 재디자인하라."
이런 지시를 받는다면 분석적 사고자들은 당황한다. 이 문제가 원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되지 않아 정답을 찾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분석적 사고자들은 하나의 정해져 있는 정답을 빠르게 찾는 것에 익숙하다. 따라서 질문도 정답이 정해져 있는 폐쇄형 질문을 좋아한다.
반면 창조적 사고자들은 바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넓게 훑으며 가능한 해답들을 쭉 나열한 뒤 가장 타당해 보이는 몇 개 아이디어들로 범위를 좁혀 나간다. 이들은 어떤 문제든 쉽게 결론을 내리지 않고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보기 때문에 폐쇄형 질문보다는 여러 개의 답이 가능한 개방형 질문에 강하다.
한국 사회는 지금까지 분석적 사고자들이 성공하는데 유리했다.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단 하나의 정답을 찾아 골라내는 훈련을 반복하며 높은 점수를 따는데 집중한다. 직장에 들어가서는 상사의 의도에 맞춰 정답을 빨리 찾아 실행해야 능력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방적으로 생각한다며 이런 저런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며 시간을 끌다가는 무능하다는 딱지가 붙기 십상이다.
하지만 세상은 어느덧 바뀌어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창조성을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시대가 됐다. 모든 사회 시스템은 여전히 정해져 있는 정답을 찾아가는 분석적 사고에 유리하게 짜여 있음에도 최소한 머리 속으로는 창조적인 사고와 혁신이 없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게 된다는 위기감 정도는 느끼고 있다.
세계적인 디자인 기업 IDEO를 이끌고 있는 데이비드와 톰 켈리 형제가 지은 '유쾌한 크리에이티브'는 분석적 사고에 길들여져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잠재된 창조성을 끄집어내 발현할 수 있는지 소개하는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난 창조적이지 않아'라고 스스로 단정해버리지만 켈리 형제에 따르면 모든 사람들은 창조적이다. 다만 자신 없음과 두려움이 창조성을 억제하고 있을 뿐이다.
켈리 형제는 우선 사람들에게 창조적 자신감을 갖게 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창조적 자신감이란 자신에게 세상을 변화시킬 능력이 있음을 믿는 것이다. 데이비드 켈리는 스탠퍼드대 디자인연구소인 d스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스스로 창조성이 없다고 믿던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된 창조성을 깨닫게 되면 마음의 상태가 획기적으로 변한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창조성을 발견하는 순간 상상력과 호기심, 용기가 분출된다는 것이다.
창조적 자신감이 생겼다면 이제는 창조성을 발현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패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는 베토벤이나 에디슨 등과 같은 창조적 천재들이 남긴 업적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창조적 천재들은 그 성공한 업적을 남기기까지 수많은 실패를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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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천재란 결국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많이 시도하고 더 많이 실패한 사람들일 뿐이다. 켈리 형제는 이를 "누구라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혁신의 수학"이라며 "더 많은 성공을 원한다면 더 많은 실패를 가볍게 넘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표현했다.
자녀를 창조적으로 키우고 싶은가. 회사를 창조적인 분위기로 이끌고 싶은가. 간단하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도록 실패를 허락하면 된다. 예를 들어 켈리 형제는 어렸을 때 피아노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싶어 피아노를 뜯어봤다. 하지만 다시 조립하지 못해 피아노는 마치 현대미술처럼 집 안에 오브제로 남게 됐다. 켈리 형제는 성공하든 실패하든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계속 무엇인가를 고장내거나 주물럭거리거나 건드리면서 창조할 수 있었다.
창조를 독려하려면 이처럼 결과에 대한 평가 없이 무엇인가 해볼 수 있는 자유를 줘야 한다. 예를들어 의류 브랜드 노티카와 노스페이스 등을 보유한 VF 코퍼레이션은 사내 혁신 펀드를 조성해 독자적인 아이디어가 있으면 지원하고 있다. 이 펀드는 제품 개발과 관련된 활동이라면 어떤 일이든 실무자들이 마음 놓고 위험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해준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조하려 마음 먹었다면 창조의 섬광을 경험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창조적 통찰이 머리 속에 번득이게 만드는 토대는 지적 호기심과 낙관주의, 반복된 실수를 성공의 대가로 보는 마음 등이다. 이 토대를 갖추려면 항상 여행자처럼 주위를 새삼스럽게 바라보고 익숙한 것도 낯설게 느끼며 감동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느슨한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관찰해야 하며 끊임없이 '왜'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자신의 창조적 아이디어를 보완해주고 지지해줄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창조의 섬광을 경험했다면 이를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창조적으로 사고하는 것만으로는 아무 것도 창조할 수 없다. 그 아이디어를 행동으로 옮겨야 결과가 나온다.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운 환경적 제약이 있겠지만 제약 조건이 다 해결되길 기다려선 결코 창조의 결과물을 내놓을 수 없다. 일단 행동하면서 제약 조건들을 해결해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유쾌한 크리에이티브'는 잠재된 창조성을 찾아 발현하는데서 더 나아가 자신의 일을 소명으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의 전환까지 제시하고 있다. 지루하고 따분한 일상에서 벗어나 멋진 창조적 인간이 되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쉽게 읽히고 책에서 소개한 방법을 쉽게 실천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