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물가의 역습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9년8개월만에 3%대에 진입하면서 4분기 내수진작에 총력전을 펼치려던 정부의 스텝이 꼬일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전환과 코로나 상생소비지원금(카드캐시백), 소비진작쿠폰 등을 통해 4분기 내수를 끌어올리고 연간 4.2% 성장률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지만 '돈풀기'를 수반하는 진작책은 물가상승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이 자칫 내수 회복 동력을 훼손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이달 1일부터 위드코로나 전환 방침을 발표하고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 구분없이 수도권 10명, 비수도권 12명의 사적모임을 허용했다. 유흥시설을 제외한 모든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이 풀려 24시간 영업이 가능해지는 등 3단계에 걸쳐 코로나19(COVID-19) 이전 생활 방식으로 점진적 전환을 꾀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에 맞춰 각종 내수 진작책을 펼친다. 대표적으로 그동안 방역 상황을 고려해 중단했던 소비쿠폰 사업을 재개했다. △농수산 △외식 △공연 △숙박 △영화 △여행 등 9대 분야에 예산 2300억원이 남아있다. 예를 들어 농수산물을 살 때 20%(최대 1만원) 할인을 제공, 위축됐던 민간 소비를 끌어올리겠단 계산이다.
10월 사용분부터 적용되는 상생소비지원금에는 지난달 29일 기준 예산의 43% 가량인 3025억원의 캐시백이 발생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정부는 2분기 월 사용액 대비 초과사용분의 10%씩 최대 20만원씩 포인트로 돌려주는 상생소비지원금 정책을 통해 고소득 가구의 소비를 이끌어내고 자영업 등 내수소비를 진작한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연말 내수 경기 진작에 열중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올 3분기 한국 경제는 코로나19(COVID-19)4차 유행과 공급망 병목 현상 등으로 0.3% 성장하는 데 그쳤다. 앞서 한국은행은 3·4분기 각각 GDP(국내총생산)가 전 분기 대비 0.6%씩은 성장해야 연간 성장률 전망치인 4%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연간 성장률 목표를 4.2%로 올려잡았는데 결국 올해 남은 4분기 경제가 1% 넘게 성장해야 목표한 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동시에 정부의 내수 진작 계획이 물가 불안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 배럴당 80달러선을 넘어선 국제유가로 인해 석유류와 공산품 물가가 급등했고, 지난해 10월 2020년도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지원한 통신비 인하에 따른 기저효과가 동시 작용한 결과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3%대를 넘어선 것은 2012년 2월 이후 9년 8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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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를 잠재우기 위해 정부는 오는 12일부터 유류세 20%를 인하하는 카드를 꺼내들고 12일 인하즉시 정유사 직영·알뜰주유소에 인하분을 반영하기로 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수요 증가를 수반하는 위드 코로나와 맞물려 진행되는 탓이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원유 소비량은 7981만배럴로 전년 동기 7181만배럴 대비 11.1% 늘었다.
소비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고유가 추세가 지속되면 유류세 인하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희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제유가는 수요 우위 상황으로 강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내년 1분기 이후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의 협의체) 감산 완화 및 미국 생산량 회복 등으로 공급이 확대되며 완만히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 관계자는 "물가는 3~4년 중기 수준에서 관리해야 할 문제라 당장 올해 크게 오른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원자재와 공공요금, 가공식품과 외식물가 등이 오르고 있어 하반기 소비 활성화와 맞물린다면 물가 상방 압력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