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단독입수 확인서 보니 관계사 임원이 사인…현대그룹 '나티시스 은행 임원 겸직' 구체적 직함은 함구
현대그룹이 최근 채권단에 제출한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 대출금 확인서'의 서명을 넥스젠그룹 소속 계열사의 임원이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문제의 서류는 현대그룹이 요청한 대목만 확인하는 내용이어서 1조2000억원 대출금을 둘러싼 의혹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5일 머니투데이가 단독 입수한 대출확인서에 따르면 문제의 확인서에 서명한 인물은 제롬 비에(Jerome Biet)와 프랑소와 로베이(Francois Robey). 나티시스 은행의 모기업인 넥스젠그룹 홈페이지에는 이들이 넥스젠캐피탈과 넥스젠재보험의 등기 이사이자 자회사인 나티시스 기업 솔루션(구 넥스젠 파이낸셜 솔루션) 파리지점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이사(Director)로 돼 있다.
제3자 서명 효력 있나?
이는 현대그룹이현대건설(164,700원 ▲2,700 +1.67%)인수를 위해 나티시스 은행에서 조달한 1조2000억원이 넥스젠캐피탈의 자금일 수 있다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증권 노조는 지난달 19일 “시장의 소문처럼 이 자금이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현대그룹과 지분계약을 한 넥스젠캐피탈의 자금이라면 현대그룹에 매우 불리한 조건일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현대그룹이 나티시스 은행에 직접 현대상선이나 현대엘리베이터 등 국내 계열사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지 않았지만 '제3자'가 담보를 제공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선 넥스젠캐피탈이 그동안 현대그룹과 주식 스와프(Swap) 파생상품 계약을 통해 우호주주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을 들어 제3자가 넥스젠캐피탈이란 추정도 나오고 있다. 넥스젠캐피탈은 현재 현대상선 지분을 5% 가량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대출확인서 서명자는 나티시스 은행 소속 임원이 맞으며 넥스젠캐피탈과 넥스젠재보험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들 임원이 겸직하고 있다는 나티시스 은행 내 직책이나 직급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대출확인서에도 서명한 사람의 소속이나 직책에 대해서는 명시돼 있지 않다.
외국계 은행의 한 임원은 “일반적인 공식 문서에 서명할 때는 직함이나 직위가 함께 표기된다”며 “비록 계열사라고 하지만 나티시스 은행 명의로 발행된 문서에 다른 계열사 임원이 서명하는 것도 관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독자들의 PICK!
현대그룹이 제출한 예금잔고 증명서에도 과연 누가 서명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대출확인서와 마찬가지로 동일인이 서명했다면 나티시스 은행의 예금잔고 증명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출확인서 ‘의혹 해소 역부족’
이와 함께 채권단 등에서 궁금해 하는 제3자 보증 유무나 대출금리나 만기, 상환방법, 기타부수 조건에 대한 언급이 없다. 곧 대출확인서가 대출계약 전체의 내용을 담지 못한 셈이다.
이는 대출확인서의 한 표현(We, Natixis, hereby refer to your letter dated the date hereof requesting us to issue a certificate as follows) 대로 현대그룹이 요청한, 현대건설이나 그룹 계열사의 보증이 없다는 대목만 확인해 준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이 “나티시스 은행이 무담보 무보증 대출계약서상의 내용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문서”라는 설명은 맞지만 다른 계약 내용이 있을 가능성까지 해소해 주기는 어렵다. 결국 나티시스 은행 대출금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려면 대출계약서 사본이나 추가 증빙서류가 제출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티시스 은행 대출에 넥스젠 캐피탈이 담보를 제공했다면 이는 인수자격 요건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채권단에서 계속해서 대출계약서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채권단이 지난 3일 주주협의회에서 현대그룹의 소명 내용이 ‘미흡하다’고 결론 내린 것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채권단은 이날 회의에서 “현대그룹이 제출한 대출확인서는 당초 채권단이 요구한 대출계약서와 다르고 현재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기엔 부족하다”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