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당국 겉으론 "아직 버틸만" 실제는…

가계부채, 당국 겉으론 "아직 버틸만" 실제는…

오상헌, 박종진 기자
2012.10.23 05:47

제2금융권 대출비중↑·연체율↑, "상황 악화땐 연쇄 폭탄, 전 국가적 대책만이 해법"

"정부가 들어갈 단계까지는 아니다"(금융위원회 관계자), "아직까지는 버틸만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

가계 부채를 둘러싼 당국의 인식은 언뜻 그리 심각해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확히는 '정부가 나설 정도', '당장 무너질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다. 문제는 이미 심각하다. 정부가 재정 지원을 기대하는 채무자들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를 감수하고 개입을 선언할 정도로 급박하지 않을 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 개입이 암시되면 모럴해저드와 형평성 논란을 유발하고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이 아니면 함부로 재정 투입을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먼저 부채규모와 질이 문제다. 현재 당국이 파악하는 가계부채 규모는 지난 6월 말 기준 922조원이다. 은행과 제2금융권 가계대출, 신용카드 사용액을 모두 합친 액수다. 다행히 증가속도는 잡혔다. 지난 2010년 8.7%, 2011년 8.1%에 달하던 증가율이 올 들어 5.6%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렇다고 절대 규모가 작은 게 아니다. 이미 지난해 기준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154.8%), 금융자산대비 금융부채 비율(47.9%)은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주요 국가들 중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게 다가 아니다. 사실상 가계부채 성격인 자영업자 대출 170조원을 더하면 1100조원에 육박한다. 가계부채 위험을 나타내는 공식지표에 자영업자 대출까지 더한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일각에서는 전세금까지 가계부채 범위에 넣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전체 가계부채는 최대 2000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당국은 선을 긋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영업자 대출은 가계부채 성격이 짙지만 집주인이 내줘야할 전세금은 어차피 세입자의 대출에 포함 된다"며 "이는 개인끼리의 거래와 일반 자영업자의 상거래채권까지 다 가계부채에 넣자는 주장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규모와 별개로 질적 구조도 악화되고 있다. 금리가 높고 저신용·저소득층들이 주로 이용하는 제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는 게 단적인 예다.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비은행 가계대출 증가율(11.9%)은 은행(5.7%)의 2배를 뛰어넘었다. 전체 가계대출에서 비은행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2008년 43.2%에서 지난 6월 47.3%로 증가했다.

빚은 늘어가지만 상환능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 6월 말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연체율은 반년 새 16% 급증한 1.87%를 기록한데 이어 8월 말에는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마저 70개월 만에 1%를 돌파했다.

특히 주택경기 하락과 경기둔화가 지속되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채무상환능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연체율과 주택가격 변동, 신용등급별 부채 상황 등 각종 지표의 변화에 따라 시나리오를 짜놓고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비상상황에 대응하는 정책을 미리 준비해놓는 것일 뿐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결국 해답은 경제성장과 일자리창출을 통해 빚 갚을 능력을 키워주는 길이다. 김석동 위원장이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통계청, 한은, 금감원 등 정부 관계부처와 기관 간의 공조를 줄곧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역시 "가계부채 문제는 골키퍼(금융당국)만 욕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일개 부처나 기관이 아닌 전 국가적 차원에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고 가계부채 대책을 종합적으로 세워나가지 않으면 다른 방법이 없다는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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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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