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영화는 영화일뿐

[기자수첩]영화는 영화일뿐

김건우 기자
2016.11.18 05:00

"회장님 재판이 다가오는데 '명량'을 리더십 부재와 연결하시면...“

2014년 영화 ‘명량’이 한국영화 흥행 신기록을 세우고 있던 당시 ‘명량’의 흥행요인을 분석한 기사를 쓴 이후 전화기가 연신 울려댔다. 전화를 걸어온 CJ그룹 관계자는 ”저희 영화에 대한 좋은 기사에 감사한다“면서도 ”리더십을 강조한 부분이 걸린다“며 한참을 호소했다.

당시 '명량'이 1761만명을 끌어모았다. 세월호 사고 이후 국가적 리더십 부재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는 상황에서 이순신 장군의 책임과 희생의 리더십을 그린 영화가 흥행한 건 당연지사.

하지만 정작 '명량'의 투자배급사인 CJ E&M을 포함한 CJ그룹은 아직도 의문이 제기되는 세월호 사고 당시의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과, 이순신의 리더십이 대비될까봐 전전긍긍했다.

우려는 사실이었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미경 CJ 그룹 부회장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검찰의 관련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영화 '광해', 예능 프로그램 'SNL코리아' 등도 CJ그룹이 청와대에 미운털이 박힌 요인이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기업 계열 영화사들의 '정권 눈치보기'는 단순히 CJ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8월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투자 배급한 '덕혜옹주'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덕혜옹주가 1962년 귀국한 내용은 사실이나 굳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등장 장면을 두고 롯데가 정부 눈치를 본다는 말이 나왔다.

이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영화계에선 특히나 갈등이 심했다. 청와대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고 알려진 감독의 영화는 제작 당시 ‘창투사들에 투자 금지령이 내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심지어 부산국제영화제 예산 삭감에도 청와대 입김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런 일련의 사태들은 매년 1000만 영화를 내놓는 아시아 대표 콘텐츠 국가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시장규모 2조원, 관객수 2억명으로 성장한 영화 시장에서 아직도 정부 간섭과 보이지 않는 검열에 대한 논란과 의혹이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운 현실이다. 창작 의욕이 꺾이면 영화도, 영화산업도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

영화계에 독립성과 자율성을 돌려줘야한다. 무엇보다도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영화는 영화로 봐야한다. 스크린 앞에 놓인 정치의 프리즘을 하루속히 걷어차야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건우 기자

중견중소기업부 김건우 기자입니다. 스몰캡 종목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엔터산업과 중소가전 부문을 맡고 있습니다. 궁금한 회사 및 제보가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