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이 문재인정부의 일자리 창출 드라이브의 중추로 떠오르면서 국책은행의 역할 재정립이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 위주로 지원해온 국책은행을 중소기업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불을 댕긴 것은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이다. 그는 최근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과 만나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을 중소기업 전담기관으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의 주장을 들어보면 일견 수긍이 간다. 그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대담에서 ‘공정한 시장경제’를 강조하면서 “대기업은 쉽게 돈을 빌리지만, 중소기업은 아무리 건실한 회사라도 쉽지 않다”며 “특히 국책은행들은 과거 대기업에 돈을 꿔주기 위해 차관을 빌릴 목적으로 만든 곳으로 목적이 달성됐으면 역할을 바꾸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산업은행의 기업대출채권 중 대기업 비중은 70%에 이른다. 반면 중소기업 비중은 17.6%다. 중소·벤처기업이나 미래신성장산업 육성 같은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수출입은행은 대기업 부실 연장에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실이 여실히 드러난 대우조선해양의 영구전환사채 매입을 위해 1조3000억원을 퍼부었다. 영구채 금리도 당초 연 3%에서 1%로 낮췄다. 무역보험공사의 지원 역시 대기업에 편중됐다. 박 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무역보험지원사업 중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80%에 이른다.
반면 대기업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중소기업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중소기업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는 98.1%, 대기업은 1.9%다. 대기업 지원에 따른 낙수효과도 사실상 전무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1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의 이용섭 부위원장은 ‘일자리 100일 계획’을 발표하면서 “투자, 고용, 재정, 세제 등 모든 정책수단을 일자리 중심으로 재설계하겠다”고 했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려면 결국 돈이 필요하다.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전환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