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성과 압박속, 양기관 인력증원·조직정비 잰걸음
최인호, 장관과 동시간대 간담회 이례적 '역할 확대 강조'
이성훈, 친명계 핵심의원과 현장점검 '청와대 출신 존재감'

"집 못 지어 미쳤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할 수 있어야 된다."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속도전 기조 속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주택 관련 공공기관들의 몸집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택공급 속도와 규모를 동시에 강조한 만큼 충분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신속한 인력증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25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HUG는 올 하반기 상당 규모의 인력증원을 추진한다. HUG는 국토교통부가 새로 시행하는 '전월세 안심신탁사업' 추진을 맡게 되면서 역할이 증대됐다. 기존 보증기관의 역할에 공급기관으로서의 위상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HUG는 관련 사업단 신설을 검토 중으로 최소 세 자릿수 추가인력 채용이 전망된다. 다만 구체적인 증원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 통상 공공기관이 증원안을 올리면 주무부처(국토부)와 재정경제부의 검토를 거쳐 증원규모가 최종 확정된다.
HUG 관계자는 "최근 여러 업무가 늘어난 만큼 필요에 따라 인력증원을 추진하고 있다"며 "법률·IT(정보기술)·금융 전문인력 충원이 당면과제"라고 설명했다.
안심신탁사업은 임차인이 낸 전세보증금을 임대인이 HUG에 맡기면 PF(프로젝트파이낸싱) 보증부 대출 등으로 운용해 임대인에게 안정적인 월수익을 지급하는 제도다. 당초 전세사기 예방이 주된 목적이었지만 최근 전월세 수급 불균형 등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전세공급 역할도 강조된다. 안심신탁은 한발 더 나가 제도 활성화를 통해 확보된 여유자금을 공공주택 건설에 투입하는 생산적금융의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안심신탁제도가 도입되면서 HUG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계약한 전세금 시세가 적절한지 여부 등을 확인하는 인력을 신속히 채용해야 한다. 아울러 최근 8·13 대책에 따라 기존의 보증관련 업무도 한층 늘어날 예정이다. 정부는 직전 3년 평균 13조1000억원이던 PF 사업자보증 공급규모를 앞으로 3년간 연평균 28조7000억원 수준으로 늘릴 방침이다.
LH는 토지보상과 관련한 인력증원을 추진 중이다. 공공택지를 통한 주택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민원이 집중되는 보상업무를 신속히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성훈 LH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지구 지정, 지구계획 수립, 관계기관 협의, 토지보상 등 과거 순차적으로 진행되던 택지개발 절차를 앞으로는 최대한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임시직을 대폭 충원해 신속하게 투입하고 임시직 보수도 정규직보다 높일 것"이라고도 말했다.
신속한 인력증원은 주무부처인 국토부와도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이다. 국토부는 주택공급 확대가 중요한 시점인 만큼 주택공급을 담당하는 산하기관의 증원 등 조직 재정비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LH와 HUG의 최근 역할확대 및 조직 재정비 움직임을 두고 두 수장이 공급정책 전면에서 존재감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청와대가 직접 공급성과를 강하게 압박하는 과정에서 LH와 HUG의 업무영역이 겹치면서 자연스레 두 기관의 주도권 경쟁이 전개된다는 해석이다. 실제 최근 국토부 안팎에서는 'LH가 짓고 HUG가 보증한다'는 이전의 역할구분이 모호해졌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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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해석에 불을 붙인 건 최인호 HUG 사장이다. 최 사장은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HUG 서울서부지사에서 '전월세 안심신탁'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같은 시간대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용산어린이정원 등 용산공원 주택공급 문제를 놓고 담판을 벌이기 위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나고 있었다.
국토부 산하기관장이 주무부처 장관의 주요 현안 일정과 같은 시간대에 행사나 기자간담회를 여는 것은 이례적이다. 장관 일정에 관심이 집중될 가능성을 고려해 날짜나 시간을 조정하는 게 통상의 경우다. HUG는 이같은 일종의 관례를 깨고 정해진 일정을 그대로 수행했다.
최 사장은 간담회에서 HUG의 역할확대를 강조했다. 그는 "HUG가 주거안정을 주도적으로 책임지고 주택공급·금융 분야의 공공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HUG가 전세보증금 반환과 사업보증을 담당하는 기관에 머물지 않고 주택공급 정책의 한 축으로 나서겠다는 의미다.
이 사장은 지난 13일 김남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인천계양 3기 신도시 A2·A3블록 현장점검을 하면서 청와대 출신의 존재감을 부풀렸다. 김 의원은 이 대통령의 옛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을 이어받은 최측근 인사다.
당시 일정은 청와대 출신인 이 사장이 친명(친이재명)계 핵심의원과 함께 정부의 대표적인 주택공급 현장을 찾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와 관련, 이 사장이 여권 핵심인사와 보폭을 맞추며 공급정책에서 LH의 입지를 한층 넓히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이 사장을 둘러싼 여권 내부 기류가 마냥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 사장은 지난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열린 국토위 당정협의에서 한 여당 의원으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LH의 업무보고 내용 탓인지 사전 소통과정의 문제 때문인지 질책의 구체적인 이유는 확인되지 않지만 이번 당정협의는 분위기 자체로 관심을 집중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