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랙의 20배 전기 먹는 베라루빈…"받을 준비"가 관건

일반 랙의 20배 전기 먹는 베라루빈…"받을 준비"가 관건

김평화 기자, 김소연 기자
2026.09.07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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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200㎾급·액체냉각·바닥하중까지…기존 데이터센터 서버룸엔 넣기는 무리

베라루빈, 기존 데이터센터와 다른점/그래픽=최헌정
베라루빈, 기존 데이터센터와 다른점/그래픽=최헌정

정부가 3조8500억원을 들여 최신 GPU를 확보해도 꽂을 자리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베라루빈은 기존 데이터센터에 그대로 넣을 수 없는 장비다. 공급 일정에 맞춰 '받을 준비'를 갖추는 것이 투자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도입하는 베라루빈 NVL72는 서버 선반(랙) 하나에 루빈 GPU 72개와 베라 CPU 36개를 통신·전력·냉각 장치와 함께 묶은 제품이다. 냉장고 크기의 철제 캐비닛 하나가 그 자체로 하나의 슈퍼컴퓨터인 셈이다. 성능을 한 통에 집약한 대가는 전기다. 랙 1대가 200㎾급 전력을 쓴다. 일반 데이터센터의 랙당 전력(5~10㎾)의 20배가 넘고, 가구당 계약전력(3㎾)을 기준으로 하면 일반 가정 60여 가구가 동시에 쓰는 전력을 캐비닛 하나가 소모하는 수준이다.

전기를 많이 쓰면 열도 그만큼 나온다. 지금까지 데이터센터는 찬 공기를 불어넣는 방식으로 서버를 식혔지만, 이 정도 밀도에서는 공기로 열을 빼내는 속도가 발열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냉각액을 관으로 흘려 칩에 직접 대는 액체냉각 설비가 필수다. 서버에 냉각 배관과 냉각액까지 더해지면 랙 하나가 수 톤에 이른다. 건물 바닥이 이를 버텨야 하기 때문에, 기존 서버룸에 장비만 바꿔 넣는 것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 전기·냉각·건물 구조를 한꺼번에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새로 짓는 AIDC(AI데이터센터)는 이런 조건을 처음부터 반영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베라루빈 수용을 염두에 두고 짓는 파주 AIDC는 완공 시 총 수전 용량이 200㎿로 수도권 최대급이고, 바닥 하중은 ㎡당 2톤으로 설계됐다. 일반 사무용 건물(0.3~0.5톤)의 4배가 넘는다. SK텔레콤도 차세대 고성능 서버를 수용할 수 있는 AIDC 구축을 추진 중이다.

기존 데이터센터가 아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장비 사이 간격을 넓히는 등 배치를 조정하면 기존 시설에서도 수용이 가능하다"며 "액체냉각도 이미 활용하는 기술인 만큼 새 기술 개발보다 개별 시설의 전력·냉각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설치 장소가 반드시 수도권일 필요도 없다. GPU는 연구자가 장비 앞에 앉아서 쓰는 것이 아니라, 초기 설치와 연결 작업이 끝나면 클라우드를 통해 어디서든 원격으로 쓴다. 전력 여유가 있는 지방에 두고 서울에서 접속해도 연구에는 지장이 없다는 얘기다. 정부가 확보할 베라루빈을 어느 시설에 배치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장비는 한꺼번에 오지 않고 엔비디아 공급 상황에 따라 나눠 들어온다. 장비가 도착했는데 데이터센터가 준비되지 않았다면 수백억원짜리 랙이 창고에서 대기해야 한다. 반대로 센터를 다 지어놓고 장비가 늦으면 시설이 놀게 된다. 납품 일정과 가동 준비 시점을 맞추는 정밀한 조율이 3조8500억원 투자의 마지막 조건인 셈이다.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의 생존이 걸린 AI 전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정부가 과감하고 선제적인 결단을 내렸다"며 "베라루빈 도입이 대한민국 AI 산업의 획기적인 도약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로 이어지도록 당 차원에서도 모든 정책적·예산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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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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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기자

정보미디어과학부 김소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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