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 상원과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한 기준금리 인하 압박과 인사 개입 시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연준 이사와 주요 금융감독 당국자 인준권을 가진 상원을 민주당이 장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 방향에 부합하는 인사를 추가로 기용하려는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물가 불안에도 경기 부양을 내세워 연준에 금리 인하를 요구해왔다. 연준 이사회를 자신이 지명한 인사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도 이어왔다. 현재 연준 이사회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케빈 워시 의장과 미셸 보먼 부의장,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등이 포진해 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명한 리사 쿡 이사 등의 거취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민주당이 상원 인준권을 확보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로 연준 이사회를 재편하는 데 상당한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내년 1월 출범하는 새 의회에서 상원 은행위원회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가 민주당 주도로 운영되면 연준을 향한 백악관의 정치적 압박과 인사 개입 여부를 둘러싼 의회 차원의 조사와 감독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상원은 대통령이 지명하는 연준 이사와 의장 등 주요 인사의 인준을 담당하고 하원은 청문회와 조사 등을 통해 연준 운영과 행정부의 정책 개입 여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백악관의 정치적 압력이 통화정책의 독립성과 금융시장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해왔다.
상원 은행위원장에는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공화당 팀 스콧 현 위원장을 대신해 워런 의원이 위원장을 맡을 경우 연준에 대한 의회 감독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워런 의원은 지난 4월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지명자에 대한 인준 청문회에서 워시가 트럼프 대통령의 꼭두각시가 될 수 있다고 비판하며 연준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워런 의원이 은행위원회를 이끌게 되면 워시 의장의 통화정책 기조와 백악관의 연준 개입 여부가 주요 검증 대상이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가 연준 독립성을 지키는 제도적 안전판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준이 백악관의 정치적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물가와 고용 등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장기적으로 달러화에 대한 신뢰와 미국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시장도 민주당의 의회 장악에 빠르게 반응했다. 선거 결과가 확인된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했다. 국채시장에서는 민주당이 의회 주도권을 확보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자극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돼 장기 국채 금리가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