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韓부품 줄줄이 구매 "현대차 타봤더니…"

BMW, 韓부품 줄줄이 구매 "현대차 타봤더니…"

박종진 기자
2010.09.05 11:31

국내 부품사, 현대차에 단련 '기술·혁신·신뢰' 갖춰… 현대차, BMW 기술확보 가능

헤르베르트 디이스 BMW 구매총괄 사장(사진), BMW 최고위급 경영진인 그가 지난 3일 한국을 또 찾았다. 이미 최근 2년간 서너 차례 방한했던 그가 이번에는 작심한 듯 한국기자들과 만나고자 했다.

"한국 부품사 12곳과 공급계약을 맺었습니다. 조만간 1~2개 업체와 더 계약할 수 있습니다" 그는 BMW 신규 차종에 한국 부품을 대거 장착하겠다고 사실상 공식 선언했다.

이미 계약을 맺은 업체 중에는현대모비스(379,500원 ▼21,000 -5.24%),만도(45,050원 ▼1,150 -2.49%),한국타이어(25,950원 ▼1,150 -4.24%), SB리모티브 같은 대기업 외에 중소기업도 많이 포함됐다. 디이스 사장은 "기술력을 갖췄다면 규모는 절대적 기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헤르베르트 디이스 BMW 구매총괄 사장
↑헤르베르트 디이스 BMW 구매총괄 사장

그는 또 "전기차 핵심 부품인 모터, 배터리는 물론 한국의 일반 기계 부품에도 많은 관심이 있다"며 "유럽 부품사와 수 십 년 관계를 가져왔지만 이제 새로운 분위기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급 브랜드인 BMW가 왜 이처럼 한국 부품에 열광할까.

◇BMW도 깜짝 놀란 '기술력'

우선 한국 자동차산업과 동반성장한 부품사들이 세계적 기술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디이스 사장은 "한국 자동차회사들이 세계시장에서 성공하고 있어 부품사들의 경쟁력도 크게 제고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대차(485,250원 ▼31,750 -6.14%)에쿠스와 제네시스를 타봤는데 높은 기술력을 느꼈다"고도 했다.

타이어업계 최초로 BMW 납품에 성공한 한국타이어의 수주비결도 결국 기술이었다. 디이스 사장은 "독일에서 치러진 한 타이어 비교분석 테스트에서 한국타이어가 미쉐린 등 유수의 업체와 맞붙어 1등을 차지한 걸 우연히 보고 너무 놀라 즉시 회의를 열었다"고 소개했다.

중견기업도 기술이 기본 승부처다. 도어부품을 만드는 국내 A부품사 관계자는 "BMW에서 방한해 공장을 보더니 자동화 수준에 깜짝 놀라더라"고 밝혔다.

◇현대차에 단련된 혁신의지와 신뢰… 환 헤지는 '덤'

"혁신의지를 봅니다" BMW의 부품업체 선정 기준을 묻자 그의 단호한 답이 돌아왔다. 완성차와 부품업체의 장기거래 특성상 "신뢰가 중요하다"는 말도 거듭 강조했다.

한국 부품사의 혁신의지와 신뢰성에 대해선 "목표 지향적이면서 솔직하고 투명해 독일인과 코드가 맞다"고 정리했다.

우리 부품사들을 '조련'시킨 건 현대·기아차(161,700원 ▼6,800 -4.04%)다. 무결점 품질관리, 강도 높은 기술혁신과 원가절감은 글로벌 경영이 본격화된 지난 10여 년간 부품사들을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반면 유럽 부품사들은 완성차와 수평적 관계를 강조해 탄력적 시장대응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이다. "언제까지 개발해내라", "다음달 2배로 물량을 늘려라" 같은 주문에 밤샘 작업과 주말 특근을 해서라도 맞춰내는 한국 부품사들의 '저력'이 유럽 협력사에는 부족하다는 소리다.

유럽 완성차와 거래하는 국내 B부품사 관계자는 "급격한 시장상황 변화에 때로 손해를 감수하고도 우리가 약속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이자 유럽 완성차쪽에서 오히려 당황하며 감동하더라"고 말했다.

아울러 BMW의 '러브콜'에는 환 헤지 효과도 작용했다. BMW코리아가 지난 8월에만 국내에서 2500대를 팔아치우는 등 연이어 판매 신기록 행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원화를 한국 부품 사들이는데 쓰면 자연 헤지가 된다는 설명이다.

◇전망은? 부품수출 확대는 물론 현대차도 BMW 기술 확보 쉬워져

국내 부품사들의 BMW 수주가 계속되면 일종의 '기술보증'을 받는 셈이어서 다른 해외 브랜드로의 수출도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104억1912만 달러(무역협회 자료)로 전년보다 무려 80% 늘었다. 올해 전체 부품 수출 예상액은 18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는 주로 현대·기아차를 통한 수출이 많았지만 이후에는 점차 해외 브랜드로의 직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수년간 본격 가동에 들어간 현대·기아차 해외공장이 점차 안정화되면 부품사들의 '비'현대·기아차 수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 차체 부품사 관계자는 "20%나 낮은 단가에 놀란 해외 완성차들이 제발 납품해달라고 하는 처지지만 현대·기아차 공장에 납품하기 바빠서 대응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부품사들이 BMW 같은 1류 브랜드에 납품을 확대하면 현대·기아차도 최고급 브랜드의 기술정보를 얻을 기회가 늘어난다.

디이스 사장도 "동일한 협력사를 쓰면 기술 격차가 금방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동시에 서로 경쟁을 통한 더 빠른 혁신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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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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